“청와대의 ‘북한 흉내 내기’ 홍보에 뉴스는 장단 맞추기” / 김경래 기자 인터뷰
“청와대의 ‘북한 흉내 내기’ 홍보에 뉴스는 장단 맞추기” / 김경래 기자 인터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8.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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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추진위원회 주간보고서

“청와대의 ‘북한 흉내 내기’ 홍보에 뉴스는 장단 맞추기”

박근혜 대통령은 7월 30일 경남 거제에 있는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며 사진 다섯 장을 공개했고 9시 뉴스는 1분 28초 길이의 리포트로 이를 보도했다. 뉴스는 “청와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편안한 옷차림”, “특유의 올림머리를 풀고 가볍게 묶은 머리가 여유로워 보이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한가롭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개인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개된 다섯 장의 사진을 볼 때 프로 사진사가 정성들여 찍은 것이 분명한 점, 또 함께 공개된 메시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 오려는 점 등을 들어 청와대가 기획한 고도의 언론플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가짜 사건’ 또는 ‘유사 사건’이지만 뉴스에는 청와대의 언론플레이를 견제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치, 경제적으로 중대한 이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난 대통령의 이미지만을 부각시키는 무비판적인 보도를 놓고 한 기자는 “북한 정권이 지도자의 사진이라며 몇 장 공개하면 이를 대서특필하며 우상화하는 북한의 방송과 9시 뉴스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는 북한의 홍보 방식을 흉내 내고 KBS는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이 권력에 통제되고 있는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유사 사건’ 또는 ‘가짜 사건’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는 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가짜 사건’을 ‘진짜 사건’으로 둔갑시키는 언론은 권력의 통제 하에 놓여 있다고 평가받는다.

‘촛불’에 이어 ‘초원복국’도 금지어?

지난 5일에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청와대 비서진 교체와 선거개입 관련 국정원 여야 기관보고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날 9시 뉴스에서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논란의 핵심인 ‘초원복국집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고, 중앙정보부 국장 경력에 유신헌법 제정에도 참여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는 내용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 그저 ‘새누리당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경륜과 역량을 갖춘 인사라고 긍정평가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실장의 임명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라고만 언급했다. 이제 KBS뉴스에서 금지어로 ‘촛불’에 이어 ‘초원복국’이 추가될 것 같다.

이어서 국정원 기관보고 소식이 이어져야 했지만 이 아이템은 24분이 지나서야 14번째 꼭지로 방송됐다. 트위터에는 분노의 멘션이 폭주했지만 KBS 뉴스에 실로 오랜만에 ‘국정원 댓글 의혹’, ‘남재준’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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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자를 ‘직장’이 아닌 ‘직업’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 KBS를 떠나 <뉴스타파>에 합류한 김경래 조합원

회사를 그만 둔 이후, 주위 반응은 어땠나?

=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 친한 사람들 몇 명한테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표정관리가 안되더라. ‘섭섭하다고 잡아야 되나, 웃으면서 잘 가라고 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한 게 눈에 보였다. 여러 명이 가지 말라고 잡았다. 상실감 때문이겠지 상실감. 익숙했던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KBS에서는 누군가가 없어진다는 게 굉장히 드물어서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거니깐 익숙하지 않은 거다. 두렵고 불안하고 그랬던 것 같다.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처도 다 시간이. 누군가가 술을 먹고 “나가니깐 좋니?”라고 하는데, 난 방어할 수가 없었다. 그건 논리가 아닌 감정의 문제니깐….

KBS는 그래도 가장 큰 언론사인데, ‘KBS 기자’로서 할 수 있는 것, 얻을 수 있는 것들도 꽤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물론 ‘KBS’는 엄청난 브랜드다. 어디 가서 ‘KBS기자’라고 하면 안 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라는 딱지를 떼고 덤비면 내가 능력이 될까?” 하는 불안감도 든다. 기자로서 ’김경래‘는 과대평가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라는 조직에 대한 실망이 많이 쌓인 건 사실이다. ‘여기가 정말 언론사 맞아?’라는 생각이 든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깐…. KBS에 대한 실망의 정도가 계속 쌓여온 거다. 버려도 될 정도로….

KBS의 무엇이 그렇게 선배를 실망하게 했나?

= 조직에 대한 실망감은 큰 데서 오는 게 아니더라. KBS에 경찰이 난입했다고 해서, 정권에서 김인규를 사장으로 꽂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회사가 싫지는 않았다.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해서 집에 실망하지는 않는 것처럼…. 실망감의 단초는 항상 안에서 느끼는 거다. 굉장히 믿었던 선배가 ‘김인규’ 전 사장이 왔을 때,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수 없는 글을 사람들이 게시판에다가 쓴 적이 있다. 그 때, ‘아,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점점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을 목격했다. 보도국이 수직적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선후배들이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런 문화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별로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좌절감이 느껴졌다.

이승만 다큐를 할 때였다. 노조에서 반대를 했다. 이승만 보도에 예산을 많이 쓰는 이유가 뭐냐고 문제 제기하자, 한 간부가 “편성권, 데스크권을 왜 침해하느냐”며 대응하는데 완전 멘붕이었다. ‘편성권’, ‘편성의 독립’은 ‘내부의 편성권’을 침해하는 자들로부터 편성권을 지켜내라고 만들어진 조항인데, 그걸 편성을 담당하는 사람들만의 권리로 해석해버리더라. 그때부터 이야기가 안 통한 거다. 논의의 수준이 거의 코미디에 가까운데, 그런 사람들이 뉴스를 만들고 뉴스를 오그라뜨렸다. 나는 그게 이제 지겹다.

선배가 KBS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막내 기자로서도 알 수 없는 공허함 같은 것을 느꼈다. 아마 선배와 생각을 같이 했던, 함께했던 다른 동료들, 후배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클 것 같다. 그런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사실 남는 사람도, 떠난 사람도 마찬가지의 느낌이 든다. KBS에 있는 동안, 특히 최근 5년 동안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너무 많았다. 2008년도에 정연주 전 사장이 쫓겨난 이후, 햇수로 6년 동안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좌절했다. 짜증나고 힘들고 술에 취했을 때, 서로가 옆에 있었다. 그러면서 평상시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 쌓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힘든 순간에 함께 했던 것은 결국 KBS직원으로서, 기자로서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나가는 것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기자’라는 직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이니깐…. 또, 내가 나가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어쩌면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자극이 없으면 사람들은 잊어버린다. 기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 KBS는 뉴스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후배들도 그만두고 나가겠다고 하면 뭐라고 답해줄건가?

= KBS의 ‘공채순혈주의’의 장점이 있지만 폐쇄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파벌 안에서 정치가 또 이뤄진다. 나는 순혈주의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교류가 돼야 한다. KBS라서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KBS사람들이 다양한 곳에 가는 것도 좋다고 본다. 만약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가는 게 맞다. 그게 KBS를 위해서도, 전체 언론 환경에도 좋다. 자꾸 들어오고 나가고 해야 KBS도 건강해진다.

김경래 선배에게 기자란?

= ‘라디오스타’도 아니고 (웃음). 기자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KBS는 ‘직장’이고….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그 둘을 반대로 착각한다. 기자는 본대로 적고, 듣는 대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자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직장인’, ‘샐러리맨’ 정도로 생각한다. 나는 기자를 ‘직장’이 아닌 ‘직업’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대담·정리 : 39기 옥유정 조합원(보도국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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