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른 국민의힘, 불구경 하러 왔나?
오늘(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위원들이 김의철 사장 퇴진을 촉구 중인 KBS노동조합과 이영풍 씨 농성장에 방문했다.
농성장을 찾은 의원들은 현재 여당에서 강하게 수신료 분리징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와 윤두현 의원, 홍석준 의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농성 중인 이영풍 씨를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과방위 국민의힘 위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이들은 공영방송 KBS가 민주노총 언론노조에 장악 당해 있으며, 언론노조 출신 사장과 본부장, 국장이 편파 조작 방송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KBS는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수신료 분리징수의 당위성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모든 책임을 지고 김의철 사장 등 간부진의 사퇴도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입에서 나온 얘기지만, 그동안 내놓은 KBS노동조합 주장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KBS노조가 내부를 참칭하며 근거 없는 비난을 하면, 정치권이 그대로 받아서 읊는 것이 딱 ‘일심이체’란 단어가 떠오른다.
입장문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 질문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의도가 사실은 경영진 교체에 있음을 더욱 분명히 했다. 입장문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 답변에서 박성중 의원은 “지금으로 봐서는 분리징수 할 수 밖에 없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사장도 물러가지 않고, 부사장도 물러가지 않고, 본부장도 물러가지 않고, 보도본부의 모든 본부장 모든 직원들이 민노총으로 채워진 마당에서는 어떤 방안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박 의원의 발언은 경영진 교체를 위해 공영방송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위험한 발언인데도,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있던 이영풍 씨는 물론, 같이 있던 KBS노조 구성원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BS노조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수신료 분리징수 필요성 주장에 동의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내외부적으로 KBS 장악에 뜻을 모아, 수신료 분리징수와 경영진 사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
겉으로는 수신료 분리징수 반대를 분명히 한다면서 농성장 앞에 ‘수신료 폐지’를 촉구하는 화환을 농성장 중심에 버젓이 놓아 둘 때부터 KBS노동조합과 이영풍 씨의 진정성은 거짓임이 들통났다.
KBS노동조합에 경고한다. 자신들의 사욕에 눈이 멀어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도박을 중단하라. 자신들의 위험한 도박으로 삶의 터전이 흔들려 불안함을 표하는 구성원들에게 당장 사과하라. 또한, 지금이라도 수신료 분리징수 저지를 위해 힘을 보태라. 더 이상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지 말라. KBS본부와 3천 조합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세력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다.
2023년 6월 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