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방통위, 수신료 처리하면 해체가 답이다
반쪽짜리 방통위, 수신료 처리하면 해체가 답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3.06.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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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방통위, 

수신료 처리하면 해체가 답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주 수요일(14일) 전체회의에서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가능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려 한다고 한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발표한 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았다. 얼토당토않은 국민제안 종료 이후 권고안 발표까지 두 달을 끌어온 정부여당이 갑자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방통위의 폭주다. 방통위는 위원 5명이 정원이지만, 현재 3명뿐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꼼수로 최민희 전 의원의 임명을 미루고 한상혁 전 위원장을 폭력적으로 해임하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 김효재 직무대행은 자신이 위원장이라도 된 마냥 TV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대한민국 언론의 중차대한 사안을 처리하려고 한다. 김 대행은 알아야 한다. 직무대행은 직무대행일 뿐이다. 직무대행은 방통위 일상 업무만 차질 없이 처리하면 된다. 그 이상을 한다면 분명한 월권이다.

 

게다가 5기 방통위의 임기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곧 6기 방통위가 출범해 어떻게든 새로운 위원들로 정상적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꾸려질 것이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을 견디지 못해 권고안 발표 열흘도 안 된 시간에 수신료 문제를 처리하려 하는가! 

 

이런 폭주의 저간에는 두려움이 있다. 정부여당도 수신료 문제를 이런 꼼수를 쓰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주 한상혁 전 위원장이 해임처분 가처분 소송 심문이 열린다. 혹시 며칠 안으로 해임 효력정치 처분이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속도전을 벌이는 것이다. 업무에 복귀한 한상혁 위원장이 분리징수 권고안에 어떤 태도를 보이어 처리할지 두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은 사회적 합의조차 가볍게 무시하는 대통령실의 졸속적인 업무추진이 낳았다. 모두가 알듯이 대통령실은 국민을 '참칭'해 수신료 분리징수 안건을 국민제안에 던졌다. 그러고는 무제한 참여가 가능한 국민제안 투표 시스템과 여당과 보수 유튜버의 든든한 지원 속에 편향적인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사회적 합의마저 무시한 수신료 분리징수는 '시행령 정치'의 재방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검수원복' 등 상위법을 무력화하는 대통령령 개정을 반복했다.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뭉개는 건 명백히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실은 비판 언론의 입을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 이미 대통령실은 '(KBS) 사장 퇴진과 수신료 분리징수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눈엣가시인 비판 언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정을 끊어 입을 막고, MBC는 압수수색 등 수사로 겁박해 입을 막고, YTN은 정부 소유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로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통합징수는 1994년 당시 국회와 방송위원회 등이 1년 넘는 숙고와 토론회를 거쳐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다. 따라서 법원도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이라고 판단하고 납부 거부권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어온 수신료 제도를 대통령실은 불과 몇 개월 만에 뒤집으려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통령실이나 방통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다. 이는 분명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결국 이렇게 방통위가 폭주한다면, 남은 결과는 방통위의 해체밖에 없다. 방통위는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의 방통위원 추천비율이 3:2 이지만, 합의제 기구라는 취지가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반쪽짜리 방통위가 중차대한 안건을 결정한다면, 앞으로 방통위는 언제나 야당 추천위원을 배제하고 정부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야당 추천위원이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라면 방통위 같은 기구는 필요없다!

 

정부여당과 방통위에 경고한다! 지금 방통위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한다면 독립성을 스스로 내던지고 통합징수라는 사회적 합의의 유산을 부숴버리는 것이다. 수신료 문제는 반쪽짜리 방통위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방통위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당장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중단하라! 정녕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고 싶다면 과거와 같이 사회적 합의 과정을 마련하고 절차를 충실히 밟아라. 그렇지 않다면 남은 길은 정부여당의 들러리 역할에 충실한 방통위의 해체뿐이다.

 

 

 

2023년 6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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