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공영방송 사장 불법 해임, 이제 악순환 고리를 끊자
오늘(8월 30일) KBS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KBS 이사회는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가 방통위에 의해 해임된 직후 서기석, 황근 등 여권 이사들이 합류하면서 여권 다수로 재편된 바 있다. 여권 이사들은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8월 28일에 김의철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제안했고, 그것이 오늘 곧바로 의결 안건이 됐다. 요식행위에 가까운 김 사장의 소명 기한이 끝나는대로 이사회가 임시이사회를 열어 해임제청안을 의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함으로써 김 사장의 해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 해임 국면이 떠올리게 만드는 정권의 불법적 ‘KBS 사장 자르기’는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정연주 사장 해임 때부터 시작됐다. 2018년에는 문재인 정권이 같은 방식으로 고대영 사장을 해임함으로써 이러한 행태를 관행화했다. 결국 서로 다른 정권에 의해 해임된 두 사장 모두 이후 해임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며 정권이 인위적으로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변경해 사장을 해임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례가 확립되었다. 물론 고대영 사장은 당시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보도들을 무마하고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남발했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과 관련된 내부의 보도 요구를 묵살하여 낙종시키는 등 KBS의 보도 공정성을 추락시킨 ‘언론부역자’이자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자였다. 제2, 제3의 ‘고대영’이 권력의 낙하산 사장으로 온다면 우리는 물론 강력히 투쟁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권력에 의한 공영방송 사장의 중도해임은 불법’이라는 법적 결정과 판례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정권-방통위-KBS 이사회의 일사불란한 김의철 사장 해임 시도는 과거의 불법적 해임 사례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방통위를 김효재 체제로 만들고 김효재 방통위가 KBS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해내자, 곧이어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의 해임을 제청하고 이를 대통령이 재가하는 모양새다. 아무런 견제 장치도 없는 ‘짜고 치는 고스톱’과 다름없다. 그러나 김의철 사장의 해임도 정연주, 고대영 사장의 사례처럼 필연적으로 위법으로 결론날 것이다. KBS 이사회가 김 사장의 해임제청안 제안 사유로 든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무능 방만 경영 △불공정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및 무대책 일관 △직원 다수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등이 자의적인 주장일 뿐만 아니라 그 책임소재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사장 해임의 발판이었던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도 마찬가지로 야권 위원을 배제한 채 자의적이고 모호한 사유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고대영 사장의 사례와 유사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김 사장 해임의 위법성을 알고도 쿠데타처럼 방송장악을 강행하고 있다. 해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계산 아래 그때는 이미 김 사장을 해임하고, 윤석열 정권 낙하산 사장을 필두로 정권이 KBS를 장악한 뒤일 터이니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의 퇴행적 구조와 경로를 만들어놓았다면, 문재인 정권은 이를 그대로 이용만 하다 구조 개혁에 실패했다. 그 결과 그 후폭풍이 공영방송과 언론노동자들에게 몰아치고 있다. 이처럼 불법과 탈법을 동반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은 무도하게, 또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에 요구한다. 오늘날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언론장악 시도는 상당부분 구조 개혁 실패의 후과이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화하여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정치권의 방송 침탈을 끊어내야 한다. 국회는 5만 국민청원을 통해 부의된 방송법 개정안의 의미를 무겁게 새기고 조속히 처리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화해야 한다. 또 이동관 같은 부적격 인사가 방통위원장이 되는 참담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통위법을 포함한 방송통신 관련 법제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눈 앞에 닥친 언론장악의 위협들도 막아내야 한다.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회들을 지렛대 삼아 이루어지고 있는 언론장악을 저지해야 한다. 이미 2인 체제로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 등 중대 결정들을 내리고 있는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에 대한 탄핵을 포함한 실효적 방안들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퇴행적 언론 장악의 역사를 이제는 종결지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부터 언론 장악 시도들에 맞서 싸워왔고, 언제나 승리해왔다. 이제 언론 자유의 공고한 제도화로 그 투쟁의 결실을 맺을 때다.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고 윤석열 정권은 패배할 것이다. 언론장악을 시도했던 모든 권력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 역사까지 반복하고 싶지 않거든 윤석열 정권은 지금 당장 모든 언론장악 행태를 멈춰라.
2023년 8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