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식 묻지마 고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언론 윤리를 입에 담을 자격 조차 없다
‘김만배 음성 파일’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이를 인용해 보도했던 언론사에 대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이 ‘폐간’, ‘쿠데타’, ‘사형’ 등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언사로 포문을 열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거론하더니 KBS, MBC, JTBC 등 방송사들에게 팩트체크 시스템을 검증하겠다며 공문을 보내 유례없는 언론사 보도체계 검열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자기 관할이 아닌데도 긴급심의를 하겠다고 한다. 언론인들에 대한 개별적 공세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9월 7일에 뉴스타파, MBC, JTBC 기자들이 고발됐고, 14일에는 KBS, MBC, TBS의 라디오 진행자들이 고발될 예정이다.
언론 탄압, 방송 장악의 공세 수위를 높여온 정부 여당 입장에서, ‘김만배 음성 파일’ 보도는 일종의 정치적 기회처럼 여겨지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방통위-공영방송 이사회-공영방송 사장으로 이어지는 공영방송 지배체제를 ‘억지 재편’ 하면서까지 ‘먹으려’ 들었던 공영방송에 대해 ‘핀포인트’ 압박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디오 진행자들에 대한 고발을 두고 국민의힘은 ‘심각성이 유독 심한 진행자들을 우선 고발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외에도 이 사안을 인용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언론 보도를 두고 ‘폐간’을 운운하는 정부여당에 묻는다.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 2021년 언론중재법 국면에서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을 두고 ‘반헌법적인 언론재갈법’이라 규정하며 이 법이 언론을 ‘이현령비현령 기준에 따라 권력을 비호’할 수단으로 만들 거라고 비판했다. 옳은 얘기였다. 그러나 2년만에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자에 대한 폭로 보도를 두고, ‘사형에 처할 반역죄’ 운운하는 것은 김기현 대표의 가치관이 그새 바뀌었기 때문인가?
또 묻는다. 왜 그때는 침묵했고 지금은 분노하는가. 지난 5월 고 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대해 ‘분신 방조’, ‘유서 위조 및 대필’라는 희대의 왜곡・혐오 프레임을 씌우려다 실패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에 대해 정부여당은 한 마디라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던가. 되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신 방조설에 입을 대며 그의 죽음을 욕되게 하지 않았던가. 같은 기준으로 조선일보도 폐간하고 거짓된 망언을 퍼뜨린 자들도 사형시킬텐가.
언론노조와 현업언론단체들은 뉴스타파 보도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과 윤리적인 문제는 분명히 성찰과 비판의 대상이라고 말해왔다. 권력자들이 언론에게 요구할 수 있는 수준도 그 정도이다. 팩트가 틀렸다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고, 취재와 보도 과정에 비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제기할 수 있다. 반론권을 핵심 축으로 하는 현행 언론중재법이 그러한 문제제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권력이 보도를 두고 폐간, ‘아웃’을 입에 올리는 순간, 우리는 이를 언론 탄압이라 부른다. 공론장에서 다뤄야 언론 윤리의 문제를 권력이 직접 단두대에 올리고 언론자유를 형장의 이슬로 만들겠다는 것은 흉포한 독재자들의 방식이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언론 윤리를 입에 올리며 언론 탄압을 정당화하지 말라. 팩트, 윤리, 도덕. 누가보아도 이번 정권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2023년 9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