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KBS의 망조를 부추기나?
누가 KBS의 망조를 부추기나?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10.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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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누가 KBS의 망조를 부추기나?

[TV쇼 진품명품] MC 교체와 [역사저널 그날] 불방

망하는 집안은 한두 가지 일로 망하는 게 아니다. 집안 말아먹을 일이 여러 사람에 의해 반복적으로 벌어져도 전혀 단속이 되지 않을 때 망하게 된다. 대부분은.

지금의 KBS가 딱 그런 꼴이 아닌가 싶다. 국정원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까봐(정확히는 국정원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까봐 인데, 이걸 왜 KBS가 걱정하나?) 추적 60분을 불방 처리하고, TV조선의 채동욱 관련 보도를 거의 재방송 수준으로 뉴스 톱 처리하고, 지난 9월 한 달 동안 KBS에서 벌어졌던 사단들이다.

성추문, 심야 추태 경력자, 낙하산 MC 기용

가을 개편을 앞두고 또 다시 망조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주 수요일 저녁 [TV쇼 진품명품] 제작진은 황당한 통보를 받는다. 교양문화국장이 갑자기 제작진을 찾아와서는 MC 교체를 통보한 것이다. 소위 국장이라는 사람의 말도 가관이다.

“위에서 김동우로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제작진은 물론 국장도 모르는 MC 교체라? 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MC의 역할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런 문제를 제작진은 물론 국장조차 배제된 상황에서 결정했다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TV본부장의 답변은 더욱 가관이다. 항의 차 방문한 제작진에게 장성환 TV본부장은 이런 식으로 답변했다.

“MC조정회의(TV본부장 주재)라는 공식적 절차를 통해 정해졌다. 다른 프로도 같은 절차를 거쳐 진행되었는데 왜 진품명품만 문제삼나?”

우선 ‘MC조정회의’라는 정체불명의 기구는 KBS의 공식기구가 아니다. 김인규 사장 때 만들어진 ‘MC선정위원회’라는 어용 기구가 있었지만 2012년 이후에는 유명무실해져서 실질적으로는 운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다름 아닌 전임 본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조합과 협회 관계자에게 확인 해준 부분이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MC조정회의’를 핑계 삼아 낙하산 MC를 내리꽂는, 그리고 그 정당성을 강변하는 장성환 본부장의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명색이 제작부서 PD의 대표라는 사람이 프로그램 제작의 ABC조차 숙지하고 있지 못한단 말인가?

절차적 문제 뿐 아니라 김동우 아나운서 개인의 자질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가 제기된다. 김동우 아나운서는 2009년 1월 포항국장으로 발령받았다가 불과 7개월만에 연수원으로 징계성 인사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이들에 따르면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어 경찰 지구대까지 가게 되었는데 KBS의 국장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낮 뜨거운 행태를 보여 감사실이 조사까지 나서게 되었고 그 결과 인사 조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훨씬 전인 2003년에는 외부 강연을 나갔다가 아나운서 지망생과 불미스런 성추문에 휩싸인 적도 있다. 사실 이 정도 문제만 해도 김동우씨의 MC 기용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저널 그날] 불방 결정, 새로운 블랙리스트인가?

망조의 삽질은 이 뿐만이 아니다. 새로이 편성된 [역사저널 그 날]은 이미 녹화가 다 끝난 상황에서 출연 패널의 적절성을 문제 삼아 방송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역사저널 그 날]은 지난 금요일(10/18) 첫 회 녹화를 마쳤다. 주제는 흥선대원군과 고종 관련내용이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 늦게 팀장을 통해 제작PD들에게 연락이 온다. 일요일 긴급회의를 하자면서. 내용인 즉 첫 회 녹화에 출연한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가 패널로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녹화 내용 중 무엇이 문제라는 것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단지 주진오 교수라는 출연자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주진오 교수는 근현대사 관련해 좌우 모든 학자로부터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중립적 인사이다. 흥선대원군과 고종을 주제로 한 프로에서 매우 적절한 출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진오 교수가 패널로서 부적절해서 방송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정황을 알아보니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문제로 한참 시끄러울 때 주진오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 언론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주교수가 패널로서 부적절하다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당시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는 팩트 자체도 틀린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교과부에서도 재검토를 결정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주교수가 언론(jtbc)과 인터뷰 할 때 반대 인터뷰이로 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출연했었다. 서로 다른 시각이 있을 때 학자로서 인터뷰에 응한 것을 문제 삼아 편향성을 지적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이러고도 언론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월, 10/21) 정오경 제작진이 항의차 방문한 자리에서 김규효 기제국장은 국장으로는 도저희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을 쏟아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기에 지금 방송할 수 없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논란이 된다 안된다가 방송 편성 기준이라니? 그렇다면 그 많은 문제적 프로그램들, 가깝게는 다큐극장에서 이승만, 백선엽 다큐 등은 어떻게 방송이 되었는가? 그 어떤 KBS 프로그램보다 논란이 많았고 문제 제기가 많았던 프로그램 아닌가?

김규효 국장 논리라면 심야토론에 나왔던 출연자들 상당수는 아예 방송 금지해야 할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근 1년간 10회 가량 출연한 H모 교수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 뉴라이트 계열의 ‘씽크넷’에서 상임 집행위원 등을 지냈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런 인사는 십 수회 출연해도 되고 누구나 인정하는 중립적인 학자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출연이 부적절하단 말인가? 잣대는 공정해야 한다. 이 정도면 잣대가 아니라 전제적 제왕이 반대파에게 마구 찍어대던 주홍글씨다.

KBS 재정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마른 행주 쥐어짜듯 예산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용은 최대한 줄이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 KBS의 살 길은 이래저래 콘텐츠 경쟁력 확보밖에 없기 때문이다.

[TV쇼 진품명품]과 [역사저널 그 날]을 둘러싼 소동은 그래서 더욱 암담하다. 이런 식으로 제작 부서를 난도질하면 KBS의 콘텐츠가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한단 말인가? KBS의 망조는 경영진이 앞 다투어 부채질하고 있다.

2013. 10. 21.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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