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은 선배가 부끄럽습니다.
언론의 본령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고 배웠습니다.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그곳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했던 한 선배가
이번에는 권력을 변호하고, 대변하는 일을 맡아 회사를 떠납니다.
국가를 위한 헌신이라고요. 아니오. 정권을 위한 헌신이겠죠.
그것도 공영방송의 보도국 부장이라는 현직 간부신분으로
정권의 핵심으로 당당히 '수평이동' 하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면피'로 한 두달 말미를 둘 여유조차 없으셨나요.
후배들은 선배가 부끄럽습니다.
후배들의 자존심을 팔아 일신의 영달을 쫓는 선배는
선배로 인정할 수조차 없습니다.
KBS가 정권의 나팔수라는 조롱,
이제는 완전히 무뎌질만큼 지겹게 들어
더 이상 부끄러움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시청자 앞에서 데스크 분석을 하시고,
오전에 단신 사인을 내신 뒤,
오후에 청와대로 가 손수 나팔을 잡으신 선배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느껴봅니다.
후배들은 당신이 부끄럽습니다.
2014년 2월 5일
강나루 고아름 김수연 김빛이라 서병립 신지혜 이슬기 정연우 최준혁 홍성희
38기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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