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 아무도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길환영 사장, 아무도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5.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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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보도본부 부장 총사퇴

길환영 사장, 아무도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관련 부실 보도로 막내 기자들이 공개적인 반성문을 작성한 이후,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허울 뒤에 숨겨놨던 불공정 방송의 속살이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KBS 뉴스를 책임지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사장의 뉴스 개입을 구체적으로 고백했고, 곧이어 기자협회는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이에 앞서 KBS본부는 사장 신임투표와 함께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돌입하며 총파업까지 결의했다. 그리고 오늘, KBS 아니 한국 언론사에서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보도본부 부장 전원 총사퇴’라는 충격적인 발표가 이어졌다.

길환영 사장, 당신은 더 이상 사장이 아니다.

총사퇴를 표명한 부장단은 성명서를 통해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며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부장들은 수 십 년을 동료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공영방송의 기자로서 KBS를 사랑했고, 지금은 각 부서의 책임을 맡아 후배들과 KBS 뉴스를 지탱해온 거목들이었다. 그들이 이제 그 명분을 내려놓는다. 시청자에 대한 사죄와 함께, 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신들을 구속했던 길환영 사장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이제, 누가 KBS 뉴스를 제작할 것인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청와대 면접까지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백운기 보도국장은 업무 과중으로 입원 요양 중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발령 난 지 이틀 만이다. 그리고 편집회의를 주관하고 취재 지시를 내리는 부장단마저 모두 자리를 떠나겠다고 한다. 이제 길환영 사장, 당신이 편집회의를 주관하고 취재지시를 내리고 기사를 수정하겠는가? 늘 뒤에 숨어 했던 것처럼 말이다.

길환영 사장은 오판하지 말라. 보도국 부장들의 사퇴가 보도본부 만의 상황으로 끝날 것 같은가? 당신이 전경버스로 만든 차벽처럼 주변에 세웠던 수많은 간부들은 더 이상 당신을 지켜줄 맘이 없다. 타 본부 간부들까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표명과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늘부터 당신은 공터에 홀로 버려진 낡은 축구공 마냥 쓸쓸할 것이다. 청와대도, 대통령도, 여권의 친구들도 당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이제 영욕의 세월은 잊고 겸허하게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사퇴하라. 그것만이 당신 주머니에 들어있는 2500원의 가치를 그나마 지키는 길이다.

2014년 5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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