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조대현의 KBS 연착륙, 구성원 설득에 달렸다
[미디어오늘]조대현의 KBS 연착륙, 구성원 설득에 달렸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7.17 14: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대현 KBS 사장 후보자는 KBS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KBS 양대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 파업은 ‘잠정 중단’ 상태다. 일종의 ‘휴화산’인 셈이다.

KBS 이사회는 이들 양대 노조가 제안한 ‘특별다수제’와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사장 선임을 거부하며 양대 노조가 파업을 풀 명분을 걷어찼다. 조대현 후보자는 이사회가 스스로 해임한 길환영 사장을 임명한 절차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임명됐다. 게다가 사장 후보자 면접 당시 논란도 있었다. 양성수 이사가 오전 면접을 치르지 않고 표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사장에 취임하더라도 명분과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KBS노조와 KBS본부 어디 하나 환영하는 곳은 없다.

조대현 사장 후보자는 내년 11월까지 길환영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운다. 따라서 조 후보자로선 연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연임을 위해 조 후보자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속에 경착륙을 해서 제2의 길환영 체제를 걷거나, 구성원들과의 설득과 대화를 통한 연착륙 방안이다.

그런데 경착륙이라도 강행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다. KBS 이사회에서 조 후보자는 야당추천이사들의 표와 일부 여당추천 이탈표를 받았다.

청와대에서는 KBS 내부 반발이 심한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실제로 홍 전 상임위원은 이사회 표결에서 5표를 얻었다. 이탈한 여당추천이사들을 제외하고 표가 몰린 것이다. 결국 조 후보자는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은 아니라는 의미다.

 

   
▲ 신임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 조 후보자는 경기도 출신으로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KBS 공채 5기로 입사했다. TV제작본부장을 거쳐 19대 김인규 사장 밑에서 부사장을 맡았고, 이후 KBS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 연합뉴스
 

KBS 한 관계자는 “이번 사장 선출 과정은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선임된 구조와는 달랐다”며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이란 비판이 있으나 KBS본부 쪽에서 ‘조건부 반대’를 건 이유는 청와대가 낙점한 사장이 아닌 사람에게 일단 기회를 주고 결정하자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BS노조는 14일자 노보를 통해 “소문에 의하면 청와대는 인사검증 기간을 1주일 이상 갖는다고 한다”고 밝혔다. KBS노조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KBS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조 사장을 선임한 이사회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KBS 안팎에선 조 후보자가 연임을 위해 청와대 신임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 효과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KBS 출신 한 인사는 “조대현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상 연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KBS에는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보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단결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양대 노조가 갈라선 이후 첫 공동파업을 벌였고, 간부급 구성원들의 보직사퇴가 이어졌을 정도다. 때문에 조 후보자가 ‘강경대응’ 기조로 나간다 해도 현 상태의 KBS에서는 ‘기조유지’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연착륙 방안도 있다. KBS본부는 조 후보자가 취임식을 할 경우 물리적 저지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KBS본부의 입장은 ‘조건부 반대’다. 5가지의 선결과제를 내걸었다. △특별다수제 등 방송법 개정 입법청원 추진 △취임 1년 후 신임평가 △부당인사 원상회복과 인적 쇄신 △대화합 조치 실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등 국장책임제 도입 등이다.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응답을 하는 것이 연착륙 방안 중 하나다.

KBS기자협회는 보도국 내 보도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보장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제도개선TF와 뉴스제작과정에서 내부 견제장치를 논의하는 뉴스개선TF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1차 협상은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장 교체기에 접어든 상태라 더 이상의 진전은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마련하기 위한 내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니, 이를 존중하는 것도 연착륙의 한 방식이다. KBS 기자협회·PD협회·기술협회·경영협회 등 4대 협회는 앞서 회사 내 보도 독립성·제작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내부적 견제장치를 수용할 것과 국장 임명동의제 등을 요구했고, 조 후보자에게 연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이를 공식 선언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길환영 체제’에서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훼손시키는데 일조했던 간부들에 대한 인적쇄신도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요구들이 관철이 되지 않으면 KBS 4대협회는 조 후보자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고 퇴진투쟁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면접 과정에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에 대해 일단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BS노보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사장 공모과정에서 적자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임금 삭감과 연차휴무 의무사용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만한 사안이다.

KBS노조의 거센 반대도 조 후보자가 연착륙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KBS노조는 사장 출근저지투쟁 등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여전히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어렵지만, 선택은 조 후보자의 몫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