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사장 없던 KBS의 ‘봄날’, 유지될 것인가
[미디어스]사장 없던 KBS의 ‘봄날’, 유지될 것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7.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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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신임 KBS 사장이 오늘(28일) 오전 10시 취임했다. KBS이사회에서 임명 제청된 지 16일 만인 지난 25일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그는, 취임식을 마친 뒤 인사 발령을 내고 양대 노조를 방문하는 등 KBS 사장으로서의 공식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조대현 사장은 MB 정권이 들어선 후 계속됐던 낙하산 사장 논란에서 한 발 비껴서 있는 인물이다.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 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 양대 노조가 사장으로 ‘부적격한 인물’이라고 공표했지만, ‘절대불가’ 선상에서는 빠졌다. 그래서 28일 첫 출근 과정에서도 출근저지투쟁 등 물리적 움직임이 뒤따르지는 않았다.

비록 1년 4개월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보궐사장이지만, 조대현 사장은 ‘나는 전임 사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보통의 취임식과 다르게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경영 계획을 밝힌다거나, 취임식이 끝난 후 참석한 직원들 모두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한다든가, 취임 당일 양대 노조를 차례로 방문하는 등의 모습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공정방송 하겠다” 즉답, 양대 노조 차례로 방문… ‘여유’ 보여

28일 오전 9시 25분 경,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도착한 조대현 사장은 피케팅을 든 양대 노조원과 마주했다. 노조원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쭉 훑어 적혀 있는 문구를 읽은 조대현 사장은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느냐”, “(공정방송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는 KBS노조 백용규 위원장의 질문에도 뜸들이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새 노조 권오훈 본부장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 △취임 1년 경과 시점에 사장 신임평가 실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등 국장책임제 도입 △부당인사 원상복귀 및 인적 쇄신 단행 △대화합 조치 등 노조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에도 “(내용을) 공식적으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5가지 요구사항을 지킬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고, 공영방송 KBS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대신했다.

 

   
▲ 28일 오전 9시 25분 경, 조대현 신임 KBS 사장이 출근 중인 모습. 이날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공정방송 및 인사 회복 등을 주장하며 출근길 피케팅을 벌였다. (사진=KBS노동조합 노보)

 

오후 10시에는 조대현 사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 관련기사 : <조대현 사장 “KBS가 왜 필요한지 제대로 보여줄 것”>) ‘화합과 소통의 취임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안에 시작된 취임식은 기존 사장들과 다르게 경영 비전이 담겨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큰 줄기로 해 진행됐다. 그의 취임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KBS의 필요성을 시청자들에게 입증해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취임식이 끝난 후 조대현 사장은 이날 참석한 직원들과 모두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해 기습 취임했던 전임 사장과는 달리, 인사를 내고 양대 노조를 방문한 점도 눈에 띈다. 이날 KBS노조는 KBS에서 어떻게 공정방송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로 했고 1달 넘는 긴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서둘러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KBS노조가 임금 삭감 및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것을 문제삼자 조 사장은 사실무근이며 다른 수단이 없을 때 경영자가 마지막으로 택하는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조 사장은 "직능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되 반드시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을 통해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새 노조를 방문했다. 새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조대현 사장은 “노사협력팀과 의견을 조율한 결과”라며 큰 의미는 없다는 투로 말했으나, 새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 사장이 방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새 노조는 △쇄신 인사 단행 △노사관계 회복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요구했고, 조대현 사장은 “아직 (조직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추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사장 없는 시기 보여줬던 ‘나아진 보도’ 계속돼야… 쇄신인사 여부도 ‘관심’

조대현 사장은 취임사에서 △올해 적자 해소 △공정성 시비 탈피 △인사·조직문화 회복 △프로그램 혁신 △공영방송 위상과 역할 회복 등을 임기 내 5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중 ‘성공적인 조대현 체제’를 가를 수 있는 것은 결국 공정성 시비 해소와 인사·조직문화 회복으로 보인다. 전자는 시청자들이, 후자는 KBS 내부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보도와 인사에 사사건건 간섭해 온 길환영 사장은 대부분의 KBS 구성원들에게 퇴진 요구를 받았고 지난 6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결재로 사장 자리를 잃었다. KBS는 ‘못된 사장이 나간 KBS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듯, 사장 없는 한 달 반의 공백기 동안 보도와 프로그램에서 근래 들어 가장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망언과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관련 단독보도, 국내 재벌들의 해외부동산 은닉 사례 추적을 비롯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죽음,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딸 채용 비리 의혹, 빚 폭탄 된 4대강 등 사회고발성 아이템 등을 활발히 보도했다. 지난 25일에는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언론의 민낯에 초점을 맞춘 다큐를 방송하기도 했다. 전원구조 오보와 대통령 박수소리 편집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자사의 문제 역시 비판의 대상으로 다뤄졌다. (▷ 관련기사 : <'사장님' 없던 KBS 한 달,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게 같았나?> <추적60분에 등장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기사들> / <KBS, 참사 100일 맞아 ‘세월호 보도행태’ 특집방송>)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6월 7일, 6월 11일, 6월 26일, 6월 25일 뉴스9 보도. 길환영 사장이 해임된 후 한 달 반 동안 KBS의 보도는 기존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사장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지다니…”라는 반응이 나왔고, “응원하겠다”, “이제 제대로 된 방송을 하는 것 같다”는 평가까지 등장했다. 시청자들로부터 발 빠른 반응을 낳은 ‘봄날’의 보도는 앞으로 조대현 체제 KBS 보도 공정성을 가늠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의 권위를 되찾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조대현 사장의 ‘다짐’은, 동시에 다수 KBS 구성원들이 가장 요원하는 것 중 하나다. 조대현 사장은 취임사에서 드러내 놓고 “인사 청탁을 하지 말라. 청탁 시 제가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조대현 사장은 면접 당시에도 인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내부 구성원들이 조대현 사장의 첫 숙제로 ‘인적쇄신’을 꼽을 만큼, 현재 KBS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5월 공정방송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KBS노조 13명, 새 노조 21명, 비노조원 11명)이 인사위에 회부된 것이나, 길환영 사장 퇴진을 외치며 보직사퇴했던 간부들을 평직원으로 발령 낸 것 등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길환영 체제를 유지시켰던 이른바 ‘부역자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 관련기사 : <길환영 체제 최후 반란 혹은 조대현 체제 화려한 예고?>)

조대현 사장은 28일 강석훈 과학재난부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김영선 전 <단박인터뷰> PD를 비서팀장에, 류삼우 충주방송국장을 인력관리실장에 임명하면서 첫 인사를 냈다. 직원들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부사장, 본부장, 국장급 인사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내부의 ‘진단과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 밝힌 인사 철학이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한 새 노조는 조대현 사장에게 쇄신인사를 촉구하는 한 방법으로 29일부터 국장급 상향평가제를 실시한다. KBS를 정권 편향적인 방송으로 이끌었던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치러야 한다는 취지로, 그 결과를 사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KBS가 국민에게, 시청자들에게 왜 필요한지 알리겠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한 조대현 사장은 취임 첫날, 직원들에 뜻에 다가서려는 듯한 ‘스킨십 행보’를 보였다. 허니문 기간에 맞춘 일종의 ‘제스처’가 될까. 아니면 KBS를 정상화하려는 하나의 시도가 될까. 1년 4개월의 임기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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