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없는 보도본부...본부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희망 없는 보도본부...본부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1.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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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규 보도본부장 5개월 진단

최근 10년 차 심인보 기자가 사표를 냈다. 심인보 기자는 발군의 취재력과 성실함으로 기자는 물론 다른 직종의 선후배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던 기자다. 다음은 심인보 기자가 밝힌 사직의 소회다.

 

‘지난 6년 동안, 한 번의 제작 거부와 두 번의 파업을 경험했습니다. 그 때마다 시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죄와 반성, 그리고 앞으로 잘 하겠노라는 다짐. 그러나 그 다짐은 지킬 수 없었습니다. 사장이 바뀌어도 소용없었습니다.’

 

계속되는 기자들의 사직 행렬...보도본부에 희망이 없다.

 

이미 이화섭 · 임창건 본부장 시절 김용진, 최경영 등 모두 4명의 기자가 회사를 떠난 바 있다. 심인보 기자에 이어 또 다른 젊은 기자들의 사직 결심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보도본부 안에 기자들의 무력감이나 절망감이 얼마나 깊은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자들은 길환영 씨를 몰아내는데 가장 앞장섰었고, 이후 들어선 강선규 본부장이 전임자였던 이화섭, 임창건 씨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기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혁파하고 인적쇄신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채 한 달이 안 걸렸다.

 

길환영 퇴진 과정에서 국장급 기자에서 신참 기자들까지 총의를 모아 만들어낸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 등을 담은 보도본부 TF안’에 대해서는 노사 문제라며 지금껏 방관만 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뉴스 정상화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앞장 선 기자들에게는 중징계도 서슴치 않았다. 조일수 전 기자협회장에 대해서는 제작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출근 저지 피켓 시위를 벌였던 젊은 기자들에게는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데 일조를 함으로써 기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배신감을 심어줬다. 길환영 사장 때에도 평기자들을 중징계한 일은 없었다.

 

특종 화면의 MBN 제공은 강선규 체제의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인재다

 

최근 ‘조현아 땅콩 회항’ 취재팀은 대한항공 사무장을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개가를 올렸다.그러나 인터뷰 전 내용은 사회 2부장과 영상취재부장에 의해 원본 채로 종편 MBN에 넘겨졌고 오히려 MBN이 확대 보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 강선규 체제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기자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사건 캡까지 지낸바 있는 강선규 본부장으로서는 더욱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뉴스 경쟁력, 조직 안정화 모두 낙제.

 

 

뉴스 경쟁력과 관련해 ‘탐사보도’가 강화돼야 함에 대해서 KBS 사내외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선규 본부장 취임이후 탐사보도는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네 댓 명에 불과한 기자들이 명맥이라도 잇겠다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탐사보도를 강화할 경우, 정권과 척을 지게 된다는 전임자들의 소심함과 보신주의를 되풀이 하고 있다.

 

조직 안정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길환영 퇴진 전 만 해도 보도본부의 갈등은 간부와 평기자를 중심으로 벌어졌지만 강선규 본부장 등장 이후에는 상하 관계 뿐 아니라 고참과 중견 기자들 사이에서도 냉소와 불신이 일상화되는 등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뉴스 정상화의 적임자로는 부족하다

 

KBS 뉴스 정상화의 시작은 무엇보다도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보도를 적극적으로 양산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지금도 문제지만 정부와 여당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KBS 장악 기도를 더욱 노골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이미 KBS를 국영화하려는 속셈을 담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여당 의원 155명의 명의로 발의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뉴스에서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고 정권 눈치 보기가 더욱 교묘해졌다는 평가가 기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나 내년 8월 차기 이사회 구성과 11월 새 사장 선임 국면에서는 강선규 본부장 체제의 소극적 보도가 절정을 맞으면서 길환영 시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금의 리더십으로는 말로가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기자조합원들의 보도본부장 신임 투표가 7개월 남았다. 고대영, 이화섭, 임창건 등 최근 보도본부장의 임기는 1년 남짓이었다. 기자들로부터 극심한 불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보도본부의 혁신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강선규 본부장의 말로가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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