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4.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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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토론회,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 교수 발제
이글은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레기’(기자 + 쓰레기) 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왜곡되고 뒤틀렸던 언론보도를 되짚어보고, 세월호 참사 1년을 앞둔 지금의 세월호 관련 언론보도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는 토론회(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공동주최, 4월 15일)에서 발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의 발제문 가운데 KBS와 관련 있는 부분을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문은 하단 관련자료에 있습니다. - 편집자 주

 

2014년 4월 16일 아침 발생한 세월호 대참사는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로 이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신문과 방송의 뉴스가 전부 거짓말이라고 외쳤고, 수 많은 국민과 뉴스 이용자들은 마치 ‘뉴스 망명자’처럼 특정 인터넷 언론이나 해외 언론보도를 찾아 헤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방송기자연합회(2014)는 ‘사실 확인 부족·받아쓰기 보도, 비윤리적·자극적·선정적 보도, 권력 편향적 보도, 본질 희석 보도, 누락·축소 보도’ 등을 세월호 언론보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세월호 대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국민의 목소리가 언론보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1. 오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하고 약 2시간 후인 오전 11시부터 30여분 사이에 모든 방송사는 ‘안산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자막과 앵커 멘트, 기자 리포트 등을 통해 연속적으로 보도했다. 사고 현장에서의 구조 작업 진행에 큰 혼란을 야기하였고 단 한명의 실종자도 구조하지 못한 최악의 결과가 시작된 지점이기도 하다.

 

투입된 경비함정만 81척, 헬기 15대가 동원됐고, 2백 명에 가까운 구조인력이 배 안팎에서 구조작업을 벌였습니다. 사고 직후 해군은 유도탄 고속함을 시작으로 20여척의 함정을 현장 구조 작업에 즉각 투입했고... (“육해공 총동원, 하늘·바다서 입체적 구조작업”, <KBS 뉴스9>, 2014.4.16)

 

이 뉴스를 접한 대다수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배 안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이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믿을 수 없었고 오히려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해수부와 해경의 상황보고서를 입수하여 <뉴스타파>(2014.4.21.)가 보도한 뉴스에 따르면, 4월 16일 참사 당일 실종자 구조를 위해 수중에 투입된 구조 인력은 16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해경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발표에 의존하여 오보를 양산한 취재 보도 행태는 세월호 언론보도에서 가장 비판받고 있는 지점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공식적 정보원에 의존하는 보도 행태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언론 문화이자 관행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도적 오보’, 즉 명백한 왜곡 조작 보도이다. 4월 17일 대통령이 팽목항 사고현장의 체육관을 방문하여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체육관에서는 가족들의 고함과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방송 보도 영상은 가족들의 목소리가 삭제된 채였다. 그 대신 방송 영상 속에는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약속하는 대통령과 박수로 호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이 더 커집니다. 곳곳에서 쇄도하는 질문에 일일이 답을 줍니다. …… 가족들은 탑승자 명단 확인이 안 되는 등 불만 사항들을 건의하자 박대통령은 즉시 시정을 지시했고 가족들은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박대통령 현장 방문…1분 1초가 급해, <KBS 뉴스9>, 2014.4.17.)

 

2. 이슈 선택과 뉴스 가치 기준의 정당성

 

세월호 언론 보도가 재현하고 매개한 현실은 어떤 모습이었나? 세월호 대참사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해석하였으며, 책임 소재와 도덕적 평가의 틀을 어떻게 구축하였나? 세월호 대참사의 본질, 책임소재, 정부와 행정 당국, 관련 책임자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위해 반드시 보도되어야 할 이슈들이 뉴스 보도에서 점차 배제되거나 축소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김장수 안보실장의 발언을 KBS, MBC, SBS, YTN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2014.4.23.). 같은 날 민간 잠수사들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와 해경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지만 KBS와 MBC는 침묵했다. 세월호의 업무용 노트북 복원을 통해 발견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2014.7.25.).

 

같은 날 KBS는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슬픔에만 잠겨 있지 말고 이제는 각자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하고 재촉한다.

 

우리 사회도 대화로 감정을 나누며 서로를 추스릴 때입니다.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 슬픔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도 치유의 과정이지만, 이젠 아픔을 딛고 일어나 마음을 추스릴 때입니다. (“[이슈&뉴스] 세월호 충격 전 국민이 우울…어떻게 극복?” <KBS 뉴스9>, 2014.5.9.)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 행정당국, 고위 공직자에게 불리하거나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뉴스는 축소되거나 아예 보도에서 배제되었다.

 


3 .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선정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언론들이 또 다른 새로운 이슈의 속보 경쟁에 치중하면서 당시 사고의 아픔과 상처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각각의 사고 발생 당시 언론이 지적했던 각종 모순과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감시하면서 경고하거나 고발하는 노력도 충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대참사 발생 이후 단 한명의 실종자도 구조하지 못했고, 2015년 4월 현재 진실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역시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세월호 언론 보도 속에서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경향성 역시 변함 없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3월 27일 내놓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며 4월 2일 항의삭발을 실시했다. 진상 규명 문제를 두고 정부와 유가족의 대립이 재연되자 사태 장기화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SNS에선 ‘짜증나다’ ‘지겹다’ 같은 단어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문제에 대한 ‘슬픔’(48%)이 최고치에 달했다.(“세월호 1년-빅데이터 분석” <중앙일보> 2015.4.13.)

 

“단원고 유가족 vs. 일반인 유가족”, “유가족 vs. 일반 국민”, “유가족 vs. 정부” 그리고 “보수 vs. 진보”라는 대립 구도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 구도를 형성하고 강조하는 언론 보도 속에서 그 맥락과 배경을 설명하는 “왜?”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오랫동안 고착되어 온 우리 언론 보도 관행 중의 하나이며, 또 다른 사회적 문제와 심각한 폐해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4.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

 

언론이 이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고발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뉴스의 형태로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각종 정보와 뉴스의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책을 처방함으로써 건전한 국민 여론과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에 있다. 대한민국 언론은 이러한 기본적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이행해 왔는가? 각종 윤리강령과 보도준칙을 제정하여 스스로가 선언하고 천명해 온 각종 윤리 기준과 행동 준칙은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갖고 있는가? 2015년 현재, 세월호 언론보도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들은 수정 또는 개선되었는가?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재난보도준칙>이 없었기 때문도 아니고, 재난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경험과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도 아니다. 언론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독립에 대한 자각과 실천적 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부정적 관행으로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언론 보도의 부정적 관행들은 세월호 대참사 그리고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를 복구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정적 관행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의 대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언론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윤리적 수준을 제고하지 않는다면, 외부로부터의 규제와 통제를 불러올 수 있으며 국민들은 언론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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