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18] "수신료는 난 모르겠고! 기사 그렇게 쓰면 안돼!"
[여의도18] "수신료는 난 모르겠고! 기사 그렇게 쓰면 안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8.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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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다. 수신료 현실화하는데 좀 도와달라고 신문사 방송사 기자들 백여 명을 불러다 놓은 기자회견장에서 “댓글 많이 달린다고, 기사 함부로 쓰지 말라”고 호통 치는 KBS 간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타사 기자는 “수신료 올려달라고 하는 자리에서 저러는 게 맞나 싶었고, 불쾌하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다음날 KBS 수신료 관련 기자회견 기사를 찾아 봤더니 절반은 ‘조대현 사장, 수신료 인상 추진’인데, 절반은 ‘오진산 센터장, 베끼기 논란에 발끈’ 이었다. 이제 회사 밖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축하드린다.

 

이날 기자회견장의 풍경은 KBS 경영진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취임 이후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지루한 조대현 사장의 강의, 본인은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진심 궁금해서 묻고 싶다. 사장의 긴 강의가 끝나고 한 나라의 장관들 마냥 단상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간부들의 모습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 보였고, 그들 중 보도본부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편본은 늘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외부 기자들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누워있었고, T본은 자꾸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KBS 경영진의 현주소다.

 

답답한 회사 상황 속에서 마음을 달래줄 시 한 편 소개하며 이번 호를 마칠까 한다.

 

<풀과 편본>

                                      김수염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편본이 눕는다.

공방위 땐 부사장보다 더 깊이 눕는다.

기자회견 땐 사장보다 더 깊이 눕고

사장보다 먼저 일어난다.

분위기가 흐려도 편본은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부사장보다 깊게 누워도

부사장보다 먼저 일어나고

사장보다 깊게 누워도

사장보다 먼저 웃는다.

 

앞날이 흐리고 편본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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