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가 이사장 개인 홍보 방송인가?
KBS 뉴스가 이사장 개인 홍보 방송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11.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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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보도 개입 의혹에 해명하라!

어제 KBS 보도본부에서는 이인호 KBS 이사장의 인터뷰를 뉴스에 넣을지 여부를 놓고 촌극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벌어진 6.25 관련 행사 리포트에서 아침뉴스에 빠졌던 이 이사장의 인터뷰가 오전뉴스에는 다시 들어갔다가 노동조합 측의 문제제기 이후 메인뉴스에는 다시 빠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KBS 뉴스는 최소한의 저널리즘의 원칙도 지키지 못했고, 보도 책임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어제(27일) 아침뉴스인 <뉴스광장>에는 방송 3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미국 워싱턴 특파원의 [미국 교사들 ‘6.25전쟁 제대로 알리기’ 결실]이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방송됐다. 6.25 참전 용사들의 후손인 미국 역사 교사 30여 명이 참전용사 인터뷰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한국전쟁 디지털 교과서’가 공개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특파원의 최초 원고에는 현장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지켜 본 저명 역사학자라며 이인호 이사장의 인터뷰가 포함돼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인호 /KBS 이사장(역사학자) : "'통일이 절대적 가치냐?' '아니다, 지금 그대로의 상태가 좋다'.. 현재 한국에서 늘 뜨거운 토론 주제입니다“

 

디지털 역사교과서 공개라는 주제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는 헌법 제4조를 부정하는 듯한 이사장의 인터뷰는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 당연히 이 인터뷰는 아침뉴스 편집팀 데스크와 워싱턴지국과의 협의 끝에 인터뷰를 빼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뉴스가 나간 지 2시간 뒤에 나간 <930뉴스>에서는 똑같은 리포트가 이 이사장의 인터뷰가 포함된 채로 다시 나갔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인터뷰> 이인호(서양사학자/KBS이사장) : "(6.25당시) 미국의 시기적절한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은 공산화 됐을 것입니다"

 

보도 책임자의 개입 있었나? 구성원들에 분명히 해명해야!

 

3사 가운데 우리만 보도한 뉴스에 더구나 원고 흐름상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부적절하기까지 한 이사장의 인터뷰를 사용한 것은 조대현 사장의 연임 욕심과 이에 충성하는 보도국 간부들에 의해 KBS 뉴스가 동원된 결과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당초 데스킹 과정에서 삭제됐던 인터뷰가 다시 나가게 되는 과정에서는 보도본부 간부들의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 측이 확인한 결과 아침뉴스가 끝난 뒤 보도국장이 국제부를 찾아와 ‘이인호 이사장 인터뷰를 여러 소리 하지 말고 내라고 큰 소리를 쳤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있었다.

이 뉴스가 과연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있길래 방송 3사 가운데 KBS만 방송을 했던 것인가? 또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자 데스킹 과정에서 삭제됐던 이인호 이사장의 인터뷰가 왜 다시 오전 뉴스에 나가게 됐는가? 그리고 인터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는 왜 다시 이사장의 인터뷰를 뺐단 말인가? 보도본부 수뇌부들은 이인호 이사장 인터뷰 방송을 둘러싼 이 모든 의혹에 대해 보도본부 구성원들에게 명명백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에게는 적용 안 되는 ‘회사 방침’

 

이번 이인호 이사장의 뉴스 인터뷰 방송 건은 그 과정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자체로도 큰 문제가 있다. 이 이사장은 현재 KBS 이사장이기도 하지만, 또한 차기 이사에 지원을 한 이사 후보자이기도 한 신분이다. 더구나 차기 사장 선출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KBS 이사나 이사 후보자에 대해 KBS 뉴스나 프로그램 출연은 제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때문에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인사이드>의 경우는 최근 ‘회사의 방침’이라며 KBS 이사에 지원한 사람들은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이사 선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방송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시사제작국장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왜 같은 회사 내, 같은 보도본부 내의 프로그램인데도 이번 이인호 이사장 경우에서는 그런 회사의 방침이 지켜지지 않은 있는가? 다른 이사 후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당초 광장 데스킹 과정에서는 고려가 돼 인터뷰가 빠졌으며, 이러한 사실은 국제부장에게도 보고가 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도 <930뉴스>에 인터뷰를 다시 포함시킨 것은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보도국장과 국제부장은 해명해야 할 것이다.

 

연임 욕심에 효도 관광에 인증샷까지 찍어 주나?

 

이번에 보도된 행사는 ‘한국전쟁유업재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오는 11월 완성본을 발표할 예정인 ‘한국전쟁 디지털 역사교과서’의 시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당초 이 행사에는 이인호 이사장이 아닌 조대현 사장이 초청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조 사장 측에서 이사장이 참석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며 권유를 해 이사장이 대신 참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행사에 참석한 이사장의 모습을 기다렸다는 듯이 뉴스를 통해 내보내려다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이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나이 든 노모를 효도관광 보낸 뒤 친절히 인증샷까지 찍어 드리겠다는 효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만약 조 사장이 임기를 4달 앞두고 차기 사장 선출 국면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차기 사장 선임 과정을 지휘할 이사장이 아니었다면 조 사장이 이처럼 눈물 나는 효심을 보였을까? 이는 명백히 연임을 위해서라면 방송 뉴스 또한 얼마든지 사유화할 수 있다는 조대현 사장의 야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KBS본부는 이 문제를 정례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해당 건은 공방위 안건이 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조 사장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적 가치는 물론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마저 부정하고 있는 사측의 도발에 대해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2015년 7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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