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한 시국, 한가한 관영(官營) 토론
비상한 시국, 한가한 관영(官營) 토론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6.11.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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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방송 일요토론」은 <최순실 난국 속 여당 내홍, 출구는 없나?>를 주제로

비상한 시국, 한가한 관영(官營) 토론

     

  대통령이 피의자가 된 혼돈의 시국이다. 매주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뉴스가 쏟아지고 다양한 전망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국민은 그나마 TV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국의 흐름과 전망을 읽는 눈을 얻고자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시사 토론 프로그램은 요즘 웬만한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관심이 높기에 어느 때보다 긴장과 집중을 놓지 않고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비상한 시국도 정작 공영방송 KBS 방송과 편성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과 간부들에겐 남의 일인가 보다. 지난 20일(일) 오전 방송된 KBS 1TV 「생방송 일요토론」은 <최순실 난국 속 여당 내홍, 출구는 없나?>를 주제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4명만을 토론자로 불러 생방송 토론을 진행했다. 이 시국에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비판받는 여당 내홍이 토론 주제라니!

 

 

 

우선 주제가 매우 부적절하다. 일요일 아침부터 시청자들이 왜 국정농단의 공범인 여당의 내홍을 걱정해야 하는가? 전날 밤 전국의 백만 촛불이 전한 민심과 하야냐 탄핵이냐를 놓고 벌이는 논쟁, 당일 발표될 검찰의 수사 결과와 공소 사실에 대한 전망 등 이런 굵직굵직하고 중요한 이슈들은 외면한 채 고작 새누리당이 분열될지 말지를 놓고 왜 시청자들이 함께 생각해야 하는가? 새누리당의 생존이 지금 긴급 현안인가?

     

  실제 토론 내용도 형편없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이뤄졌어야할 논의와 책임 공방만이 볼썽사납게 전파를 타고 전국의 시청자에게 반복되어 전해졌다. 심지어 토론자로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조차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같은 내부 대안엔 관심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니 쓸데없는 멍석만 깔아준 KBS만 우스운 꼴이 되었다. 진행자가 토론자 뒤에 앉은 시민 패널들에게 새누리당의 출구 해법이 ‘전당대회가 옳은지 비대위가 옳은지’ 줄곧 물어보는 동안 시청자들은 공허함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토론자 4명이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다 보니 토론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당사자이자 공범임에도 자기들은 ‘최순실을 몰랐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변명들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새누리당 토론자들은 ‘야당이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야당이 지나치다는 민심이 있다’는 등 「일요토론」을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사측은 추후엔 야당 인사들만 불러 토론을 진행하겠다고 말하지만, 단순히 형식적인 안배만 했다고 돼서 KBS의 소중한 전파와 편성 시간이 정략의 도구로 전락된 것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당 입장, 야당 입장을 따로 구분해가며 방송할 문제가 아니다. 언제까지 모든 뉴스와 시사 문제를 여, 야의 ‘이분법’으로 재단할 것인가?

     

  지난 주말 민영방송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추적했다. 시청률이 무려 20%가 넘었다고 한다. 비록 속 시원히 의혹을 풀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그래도 박수를 쳤다.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가장 관심이 크고 중요한 것을 선택해 열심히 쫓았기 때문이다.

     

  이번 생방송 일요토론만 보면 KBS가 촛불 국민이 아닌 박근혜를 따르기로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잘못 겨눠진 뉴스 꼭지 하나, 엉뚱하게 기획된 방송프로그램 한 번으로 KBS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만회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심판의 날이 멀지 않았다.

     

2016년 11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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