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KBS에는 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있다
[보도자료] KBS에는 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07.10 12: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완상 前 부총리·이정렬 前 판사 등 부적격 출연자로 분류

 

 

 

KBS에는 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있다

- 한완상 前 부총리·이정렬 前 판사 등 부적격 출연자로 분류

- 고대영 사장이 발탁한 간부들이 전면에서 블랙리스트 전횡

- 지난 1월 불거진 황교익 칼럼니스트 출연 보류도 미해결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사법부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의혹도 뒤따랐습니다. 블랙리스트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 범죄라는 점은 이제 온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영방송 KBS는 지금까지도 블랙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이 사태의 중심에는 고대영 KBS 사장이 있습니다.

 

1. KBS 제작 현장, 아직도 ‘블랙리스트’ 판쳐

 

KBS는 이미 여러 차례 ‘블랙리스트’ 의혹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정관용 씨 등이 당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강제 하차 당했다는 의혹이 줄을 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선대인 씨가 갑작스런 하차 통보를 받았고,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황교익 씨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출연이 보류됐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잇따르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이다. KBS의 제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블랙리스트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한완상 전 부총리, 이정렬 전 판사 등이다.

(※ 사실관계 : 별첨 자료에 상술했으며 한완상 전 부총리·황교익 씨 등 피해자 인터뷰 동영상 별첨 공개)

 

문제의 진앙지는 KBS 1라디오다. KBS 1라디오 등을 책임지는 이제원 라디오프로덕션1담당(국장급)은 한완상 전 부총리 등의 출연을 막았다. 이 담당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한 전 부총리와 이 전 판사 등을 편향된 사고를 가진 방송 부적격자로 분류했다. 부적격 출연자를 일정한 형태의 리스트로 정리해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정황도 드러났다. 

 

2. 문제 간부, 고대영 사장이 직접 발탁

 

이제원 담당이 블랙리스트 전횡을 대놓고 저지른 뒷배는 고대영 KBS 사장이다. 이 담당은 앞서 한민족프로덕션 담당 등을 역임하며 숱한 제작자율성 침해를 자행했다. 개인 페이스북에 ‘5·18 북한군 침투설’ 등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의 게시물을 여러 차례 링크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에는 헌법재판소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헌재 근조(謹弔) 그림’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는 KBS의 사내 규정인 제작가이드라인 중 소셜 미디어 이용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이 담당은 KBS에서 그야말로 독보적인 ‘문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노동조합과 사내 직능단체 등은 이 담당의 결격 사항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고대영 사장은 이 담당을 KBS 라디오센터의 핵심 보직에 발탁했다.

 

3. 황교익 칼럼니스트 출연 보류도 여전히 미해결

 

지난 1월 갑자기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의 KBS 1TV <아침마당> 출연 녹화가 취소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진행자도 아니고 출연 내용이 정치나 선거 관련도 아닌 상황에서 당연히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문재인 후보가 KBS가 별도 준비해 온 좌담회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당시 담당 국장은 선거 이후로 출연 보류시킨 것 뿐 이라고는 주장했지만,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도 <아침마당> 출연 제의는 황교익 씨에게 이뤄진 바가 없다. 더구나 당시 사측은 제작가이드라인을 준용했기 때문에 황교익 씨 녹화 취소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9시 뉴스에 보도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일이 정해지지도 않은 시점에 선거보도에만 참고하도록 되어 있는 공정성가이드라인을 교양 프로그램에 적용한 것 자체가 억지다. 황교익 씨는 KBS가 회사 혹은 사장 차원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밝히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KBS 출연을 보이콧 하며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4. 고대영 사장, 거듭된 문제제기 묵살·블랙리스트 용인

 

라디오1프로덕션 담당은 국가기간방송인 KBS 1라디오의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동시에 KBS 라디오센터의 최선임인 중요 보직이다. 이제원 담당의 거듭된 전횡에 노조 등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고대영 사장은 이를 묵살하고 계속 기용했다. 감사는커녕 최소한의 사실관계 조사도 지시하지 않았다.

 

이 담당의 상급자인 이경우 라디오센터장(본부장급)도 앞서 블랙리스트 입길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10년 EP(주간급 책임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KBS 1라디오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이재정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의 출연을 일방적으로 금지시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다. 또한 이명박 정권 내내 정권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 제작을 주도해 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황교익 씨 출연 논란을 빚은 <아침마당> 김정수 1프로덕션 국장 역시 건재한 채 여러 프로그램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 문재인 대통령의 공영방송 출연 거부까지 불러온 사태를 주도한 당사자임에도 회사는 주의나 경고는커녕 여전히 제작 현장에서 중용하고 있다. 김정수 국장은 지난해 9월에도 경제전문가 선대인 씨를 납득하지 못할 사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바도 있다. 또한 이명박 정권 시절 독재 찬양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승만 다큐멘터리의 제작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고대영 사장은 이 같은 문제적 인물들을 KBS 라디오와 TV의 최고위 보직에 잇따라 임명했다. 블랙리스트 전횡을 사실상 용인, 묵인하고 있다. 나아가 문제가 불거져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음으로써 미필적 고의에 의해 블랙리스트를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대영 사장은 취임 이후 KBS 라디오 채널에서 비판 기능을 거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잇달아 폐지하고, 문화나 예술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살아남은 소수의 시사 프로그램도 보도본부로 이관해 통제를 강화했다.

 

2017년 7월 10일

강한 노조! 정의로운 노조! 연대하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별첨

‘2017년 KBS 블랙리스트’ 세부 내용

 

□ “한완상 전 부총리는 문재인 옹호자”

 

한완상 전 부총리(교육부총리, 통일원 장관 등 역임)는 지난 7월 5일(수)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을 녹음할 예정이었다. 한 전 부총리가 최근 펴낸 자서전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다」에 대해 대담을 나누기로 했다. 그러나 한 전 부총리의 출연은 녹음 당일 갑자기 취소됐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내고, 통일원 장관(김영삼 정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김대중 정부), 대한적십자사 총재(노무현 정부) 등을 역임한 저명한 학자이자 사회 원로다. 한 전 부총리는 자서전을 통해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교수로서 탄압받았던 경험과 민주화 이후 여러 공직에서 느꼈던 소회를 차분하게 회고했다.

 

그럼에도 이제원 담당은 한 전 부총리의 자서전은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이 다룰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을 언급한 자서전의 에필로그 부분을 문제 삼으며, 한 전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어 출연을 시킬 수 없다고 결정했다.

 

☞ (한완상 전 부총리가) 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회고록을 써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

☞ (한완상 전 부총리의 책은) 인간 본질에 대한 인문학이 아니다.

☞ 양대 정치세력 중 한 쪽의 입장에서 정리한 회고록으로 인문학의 범주가 아니다.

☞ 전두환 회고록이 인문학이 아닌 것과 같은 이유다.

[ 이제원 담당이 PD 등 제작진에게 한 발언 요약 및 재구성 ]

 

[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PD와 작가가 주고받은 SNS 대화 내용 ] 

 

□ “이정렬 전 판사는 쓰레기”

 

지난 6월 10일(토) 방송된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는 이정렬 전 판사(법무법인 동안 사무장,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출연했다. 이 전 판사는 프로그램 속 코너 「인문의 숲을 거닐다」에 나와 최근의 헌법 개정 논의를 인문학 관점에서 진단하고 분석했다. 헌법 전문의 의미와 상징, 개헌 논의 상황 등을 다뤘다.

 

이제원 담당은 방송 직후 담당 PD를 불러 이 전 판사를 출연시킨 결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전 판사의 출연은 심각한 방송사고이며,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판사가 다시 출연할 일은 없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방송은 KBS 사내 심의기구인 심의실의 심의를 문제없이 통과했고, 사후 심의평도 방송 내용이 충실했다는 게 뼈대였다.

 

☞ 이정렬 전 판사는 ‘쓰레기’다.

☞ (이 전 판사 출연은) 심각한 방송사고다.

☞ 법은 인문학의 영역이 아니다.

[ 이제원 담당이 PD 등 제작진에게 한 발언 요약 및 재구성 ]

 

□ “4대강 사업 비판은 불공정…프로그램 폐지해야”

 

지난 7월 2일(일) 방송된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는 KBS에서 손꼽히는 환경전문 PD인 신동만 PD(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등 제작, 2015년 방송대상 수상)가 출연했다. 신 PD는 「반갑다! 이 책」 코너에 출연해 자신이 집필한 동화 「쇠제비 갈매기의 꿈」에 대해 대담했다. 방송 중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사례를 지적하며 하루 빨리 생태계가 건강해지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번에도 이제원 담당은 제작진을 불러 ‘4대강 사업 비판은 일부의 의견’ ‘방송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공정성을 해쳐’ 등의 취지로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MC와 작가 등이 반발하자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 가시적인 블랙리스트 활용…숱한 전횡

 

이제원 담당의 비상식적 제작자율성 침해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주요 사례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 제작진이 ‘세계의 탄핵 사례’를 다루자고 발제하자, ‘반대 의견도 정확하게 똑같이 다룰 자신이 없으면 제작하지 마라’ 라는 취지로 강압적 지시해 제작 무산시킴.

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 MC가 ‘최근 촛불집회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다고 하는데 이번 주에는 얼마나 모일지 궁금하다’고 발언하자, 생방송 스튜디오로 뛰어내려와 MC의 멘트를 고성으로 질타하며 추태를 부림.

KBS 1라디오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 대선 당일 개표 상황을 분석하던 패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것’이라는 취지로 평가하자, 탄핵이 어떻게 국민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냐며 생방송 진행 중인 PD 등을 압박함하며 큰 소란을 피움.

KBS 1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 MC가 ‘우병우 전 수석의 재산’을 예시로 언급하자, 우 전 수석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생방송을 진행 중인 MC에게 20~30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압박함.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제작 지시에 제작진이 반발하자 이제원 담당은 한 술 더 떠 출연 섭외 전에 출연자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출연자 사전 리스트’를 직접 검토한 뒤 부적격 출연자를 선정해 제작진에 통보했다. 특정 인물들을 꼽아 ‘좌파(속칭 좌빨)이 아닌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출연을 허가할 수 없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부적격 출연자를 정리한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무형의 명단 형태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형태의 명단으로 작성되고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이다. 여기에는 이제원 담당 뿐만 아니라 이경우 라디오센터장과 고대영 사장까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도 높은 감사나 수사를 통해서 하루 빨리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한완상 교수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ep040gmA7Gg

■ 황교익 선생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ZPtXw6YbhVY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