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뉴스9탄] '청와대 캐비닛 문건 단독 확인!' KBS 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파업뉴스9탄] '청와대 캐비닛 문건 단독 확인!' KBS 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10.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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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1() 11:00시 이후에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KBS 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 박근혜 청와대 ‘방송장악’ 캐비닛 문건 확인

 

지난 7월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문건들이 캐비닛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문건들은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 등에서 작성된 것으로, 약 2천 건에 이른다. KBS 파업뉴스팀은 이 중 KBS와 관련된 문건 일부를 확인했다. 모두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지시한 사항들이다.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 KBS를 국정 과제 추진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며, KBS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이 문건들을 넘겨받은 검찰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1 <뿌리 깊은 미래> 방심위 징계, 청와대가 직접 지시

 

이병기 비서실장은 2015년 3월 23일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KBS 프로그램 <뿌리 깊은 미래>를 언급한다.

 

2015년 3월 23일 회의

“2월 초 KBS에서 방영된 ‘뿌리 깊은 미래’는 건국 가치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KBS에서 어떻게 이런 다큐를 제작할 수가 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병기 비서실장, 청와대 홍보수석·미래전략수석에 지시)

 

<뿌리 깊은 미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초 KBS 1TV를 통해 방송된 다큐멘터리다. 광복 이후의 분단 정국과 6.25 전쟁, 이후 재건활동을 흑백 영상에 담담하게 담아냈다. 힘겨웠던 삶을 헤쳐 온 민초들의 발자취를 쫓아가 보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방송 2달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예상치도 못한 징계를 받았다. 방심위가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KBS에 벌점 2점이 부과되는 법정 제재 ‘경고’ 조치를 내린 것. 크게 3가지 이유다.

 

1. “한국 전쟁이 일어난 원인이 남침이라고 명확히 적지 않았다.”

2. “서울 수복 후 뚜렷한 증거 없이 북한군에 부역한 혐의자를 처벌했다고 표현한 것은 역사 왜곡이다.”

3. “흥남 철수 당시 부두 폭파 영상을 보여주면서 민간인들이 남아 있었다고 표현한 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이란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 “미군과 국군의 활약상이 프로그램에서 빠져 있다”는 등의 지적이 방심위 징계회의에서 이어졌다. 민초들의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정치적이거나 국제정세와 관련된 내용은 제외했을 뿐이라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지시를 받은 방심위가 사실상 ‘징계’ 방침을 정해 놓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인호 KBS 이사장도 <뿌리 깊은 미래> 1부가 나간 직후 임시 이사회에서 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프로그램을 비난했다. 다음은 이인호 이사장의 이사회 발언이다.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항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하면 앞으로 KBS 수신료를 어떻게 인상하겠느냐는 항의도 받았다.”

 

결국 <뿌리 깊은 미래>는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KBS 이사장과 사내 공영방송노조와 전경련 유관단체인 자유경제원, 보수언론 등의 집중포화를 받은 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까지 받았다. 이후 <뿌리 깊은 미래>는 동명의 짧은 캠페인 스팟 영상으로 명맥을 이어가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산업화 업적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2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KBS를 활용하라”

 

2015년 10월 12일,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국정 추진 과제로 강력히 밀어붙였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회의에서도 사전에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2015년 9월 30일 회의

“교과서 국정화 성공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비판세력을 제어해야 한다. 정교한 추진전략과 디테일한 상황 진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국민 홍보 강화를 위해 KBS, EBS 등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이병기 비서실장 지시 내용)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KBS 9시 뉴스는 9월 2건에서 10월 들어 36건으로 급증했다. 보도 건수의 증가와 별개로 내용이 문제였다. 당시 KBS 뉴스를 살펴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입장을 충실히 전한 반면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 대한 검증 보도 등은 전무했다.

 

당시 KBS 취재기자들은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고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 8종>의 내용을 심층 분석한 뒤 9시 뉴스에 일주일 동안 연속 보도하겠다고 발제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방송이 나가기로 한 날, 일방적으로 제작 중단 지시를 받았고, 기자들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검정교과서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편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을 전한 뒤 이어 찬성과 반대 공방을 소개하는 전형적 패턴의 KBS 뉴스는 전가의 보도처럼 이어졌다. 실제 2015년 10월 22일 서울대 교수들이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고 국정화 추진을 비판하자, KBS 뉴스는 해당 교수들의 입장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고엽제 피해자들의 주장을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3 누리과정 논란…“KBS 등 활용해 교육청 잘못 인식시켜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이후 불거진 ‘누리과정 예산 논란’에서도 이병기 실장은 KBS 등을 활용하라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했다. 만 3세~5세 누리과정 아동들의 보육 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갈등을 빚자 KBS 등을 활용해 정부에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지시한 것. 고대영 현 사장이 취임한지 2달이 지난 상황이었다.

 

2016년 1월 8일 회의 이병기 비서실장 지시 사항

“조선일보 1면(누리예산 800억 늘 뿐인데…1조8000억 원 더 받고도 버티는 교육청)에 교육청의 예산 편성을 압박하는 기사가 나왔다. 좋은 보도다. 이런 내용이 KBS를 비롯해 지상파와 종편에 보도되도록 해야 한다.”

 

2016년 1월 10일 회의

“누리과정 예산 문제와 관련해 보수언론에서 정부 입장을 지원해줘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내용이 KBS 등 방송매체에 방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교육청 잘못’임을 적극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병기 비서실장, 교육문화수석·홍보수석에 지시)

고대영 체제의 KBS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논란이 되풀이 되는지 본질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속 타는 학부모’, ‘유치원 대란’ 등 현상만 집중 부각한 뒤 교육청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줬다. KBS를 활용해 이번 사태가 교육청의 잘못이란 인식을 심으라는 이병기 실장의 지시가 구현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추진 과제의 수단으로 KBS를 활용하고, 고대영 체제의 KBS가 이를 어떻게 실천했는지 이번 문건들을 통해 확인됐다.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직권 남용이자 방송법 위반 행위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병기 실장 등의 불법 행위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4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명백한 위반

 

<뿌리 깊은 미래>에 대한 이병기 비서실장의 발언과 그로 인해 시작된 방심위의 법정 제재는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명백한 위반이다. 또한 국정화 교과서와 누리과정에 대한 이병기 비서실장의 발언도 방송법 위반 소지가 크다.

 

○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①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②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 방송법 제105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4조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편성에 관하여 규제나 간섭을 한 자.

 

이병기 비서실장이 2015년 3월 23일 회의에서 한 발언(“KBS에서 어떻게 이런 다큐를 제작할 수가 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다”)은 명백한 사후 규제에 해당한다. 청와대의 핵심 권력자가 방심위 법정제재를 유도해 추후 KBS에서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편성되지 못하도록 억압적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유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송법 제105조 벌칙 조항에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병기 비서실장의 KBS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규제와 간섭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이병기 비서실장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에 대해 KBS를 활용하라고 지시한 대목도 방송법 위반 소지가 크다. KBS 보도를 통해 정부 입장이 잘 반영되고 비판 세력을 제압하도록 한 것은 청와대의 사실상 ‘보도지침’에 해당한다. 프로그램 편성 차원의 규제나 개입이 아니더라도 <KBS 9시 뉴스>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최고 권력기관이 규제나 개입을 행사한 것으로, 이는 방송법 제4조가 규정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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