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미만 아나운서] 방송 중인 아나운서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15년차 미만 아나운서] 방송 중인 아나운서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11.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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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중인 아나운서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지난 20일 본관 민주광장에서는 모금방송이 있었다. 매일 집회를 열던 민주광장을 지진 피해자를 생각하며 잠시 양보하고 침묵시위를 벌인 우리들은 분노를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꼈다. 지진 피해자를 돕는다는 구실을 내새웠지만 실제로는 고대영 체제를 돕기 위한 방송에 아나운서들이 동원되었기 때문이었다. 한 쪽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또 한 쪽은 마이크를 들고 마주했던 상황은 고대영 체제가 만든 비극의 한 장면이었다.

2012년 MBC 총파업 당시 MBC 아나운서들은 기가 막힌 경험을 했다. 함께 싸우던 모 아나운서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던진 발언 때문이다.
“2008년 입사할 때쯤 2012년 런던올림픽 방송을 한다는 하나님의 비전이 있었다. 파업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고 끊임없는 기도에 대한 주님의 답은 ‘런던 올림픽에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신의 계시 발언이다. 이후 MBC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파업을 접었고, 이 아나운서는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로까지 발탁된다. MBC 아나운서들의 위상을 바닥으로 처박은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방송 중인 아나운서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그 선택은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인가? “아나운서로서 중립을 지키고 싶다.”, “나는 회사가 부여한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내가 속한 조합을 버릴 수 없다” 이렇게 대답할 것인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신의 계시란 핑계와 다를 바 없다.

지금 방송 중인 아나운서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고대영과 이인호가 이끄는 KBS는 공적책무를 수행할 만한 기능을 상실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립이라는 미명 아래 마이크 앞에 서는 것은 고대영과 이인호 체제를 비호하고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다. 역사가 잘못 흘러가고 있을 때 중립을 지키는 것은 그 잘못에 동조하는 행위일 뿐이다.

'KBS 아나운서'라는 영광된 이름을 함께 나누는 선배 동료들이여, 이제라도 마이크를 내려놓아라. 그대들의 운명을 고대영과 이인호의 폭주기관차에 싣지 마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선 자부심을 잃지 마라. 싸구려 보직이나 영혼 없는 방송에 몸을 맡기지 마라. 우리는 방송하는 로봇이 아니다. 우리는 KBS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KBS 아나운서다.

(30기) 김진희 최동석
(31기) 이선영 이정민 윤수영
(33기) 박은영 박지현 엄지인 오언종
(34기) 가애란 김승휘 유지원 정다은
(35기) 김솔희 이현주
(37기) 오승원 이지연 전주리
(38기) 이슬기 정지원 한상헌
(39기) 강승화 김지원 이각경 이승현 조항리
(41기) 강서은
(42기) 박소현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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