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나운서] 부끄러운 마이크를 내려놓아라
[지역 아나운서] 부끄러운 마이크를 내려놓아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11.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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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나운서 성명]

- 부끄러운 마이크를 내려놓아라

     

소복이 덮여 있는 눈을 밟고 오늘도 우리는 길 위로 나섭니다.

누군가는 집회 현장의 마이크를 잡았고, 누군가는 출근길 선전전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주먹 쥐고 구호를 외치면서 자연스레 복식 호흡을 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덧 80일을 넘겼습니다.

총파업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KBS 아나운서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열기가 남아있던 아스팔트에 낙엽이 쌓이고 이제는 눈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계절의 시계바늘은 어느새 한겨울로 향하지만

우리의 시계는 한결같이 고대영 사장 퇴진에 맞춰져있습니다.

     

같은 눈을 밟고 다른 길로 향한 아나운서들에게 묻습니다.

공영방송 KBS에서 지역 아나운서의 존재 의미는 무엇입니까.

아직도 TV에 얼굴을 내비치고, 라디오에서 목소리를 내는 전국의 총국 및 을지국 소속 아나운서들에게 마이크란 무엇입니까.

우리는 그저 온에어 사인에 불이 들어오면 입을 떼는 기계가 아닙니다.

화면에 나서라면 나서고, 원고를 읽으라면 읽는 주체적이지 못한 방송인도 아닙니다.

구색 갖추기 방송에 동원돼서 로컬 비율을 채워주는 것에 일조하는 소모품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지역국의 사정은 지난 수년간 이보다 나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지역국 활성화, 로컬 비율 확대 같은 말은 입에 담기도 민망합니다.

개선이 요원한 지역 아나운서의 근무 여건도 굳이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꿋꿋이 마이크를 들어왔습니다.

그 마이크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가 절반을 넘고, KBS 수신료 수입의 50% 이상을 지역에서 부담합니다. 그런 지역에서 공영방송의 아나운서로서, 한 명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거운 사명감을 지키고자 우리는 80일 넘게 길 위로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도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앞에서, 여전히 마이크를 잡고 있는 전국의 아나운서 선후배 동료들에게 호소합니다.

그렇게 가볍게 들 수 있는 마이크가 아닙니다.

이미 리더십을 상실한 사장의 면피용 방송을 위한 마이크가 되어선 안 됩니다.

붕괴된 고대영 체제의 연명을 위해 주어진 마이크도 아닙니다.

이제는 내려놓고 함께할 때입니다.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KBS,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하는 KBS를 위해서는 지금 같이 길 위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지역의 문법과 본사의 문법은 다르다 합니다.

지역의 역할과 본사의 역할은 같을 수 없다 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 아나운서에게 주어진 사명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 책무는 다를 수도 없습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이후 우리는 다시 지역에서 각자 마이크를 잡을 겁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KBS 아나운서로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이깁니다.

     

     

광주총국   박재효  임진숙  임정섭  정은아  김한별  이혜성

순천국      위영미

대전총국   김연선  김숙경  최연수  전유미  박명원  손지화

부산총국   차재환  최현호  이지현

울산국      한국현

전주총국   함윤호  정현정  김형철  봉효정

제주총국   이영재  현송희  한승훈  고새롬  강성규

창원총국   이성민 이아롬

청주총국   이해수  백선일

춘천총국   이형걸  윤석황  한태호  박하늬  이의선  정은숙  김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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