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30기PD] 무엇을 더 망설이는가?
[시사교양30기PD] 무엇을 더 망설이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11.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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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더 망설이는가?]
- 시사교양 30기 PD 성명서 -


돌이켜 보면, 몇 차례 봄이 오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찬바람은 매섭고 쓰디씁니다. 우리는 힘이 부족했고,
스스로를 개혁할 힘을 갖지 못했습니다. 대선 후보의 특보가 사장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고, 그 체제에 선배,
또 우리들이 제 몸을 각자의 이유로 맡겨왔을 뿐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입니다.
이 모든 혼란과 지난 9년의 폐허는 결국 맞서 일어나 이기지 못했던 우리 스스로에 대한 죗값입니다.

정치군인들이 만들어 낸 권력에 부역하고, 그들의 후예가 비선을 만들어 국가를 농단하던 구악은 지금 KBS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고대영은 그 음습한 거래에
편승하여 승승장구하다 끈이 떨어진 마지막 상징일 뿐입니다. 그런 그를 치운 후에야, 우리는 사장의 임기에 대해 이야기 할 자격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시사교양 PD 사회는 부끄럽게도 이 거대한 적폐의 그늘을 벗어난 적이 없는 듯합니다. 그 안에서 인정받고자 아등바등 몸부림쳤었고, 어깨 한번 두드려주길 바라며 고개 숙이고 뛰었습니다. 시청자보다는 조직의 평가가 중요했던 적도 있습니다.
입사 이후 수없이 들어왔던 ‘피디 사회’의 정신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던 허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허망할 따름입니다. 10년차 이하 막내들의 절규는 어쩌면 그 거대한 거짓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 것입니다.

어제 고대영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PD 국, 부장들의 성명발표가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환영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양국, 기제국, 방송본부에는 아직까지도 고대영 체제를 마지막까지 지키겠다면서 보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선배들이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이 준엄한 역사적 흐름에 같이 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후배들이 월급봉투를 내려놓고 싸워 온 것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보직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리고 동료들이 기다리는 파업현장에 한명의 PD로 참여하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동시에 파업 대오에 함께 어깨 걸고 있는 많은 교양·기제국 선후배, 동료 여러분께도 제안합니다. 적폐청산 이후의 교양·기제국의 그림을 그리는 일을 미룰 수 없습니다. 어차피 치워질 적폐 사장을 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두 달여 방송을 멈춰도 시청자들의 불평이 ‘0’으로 수렴되는 지금의 상황은 우리 조직이 존폐의 위기에 서있음을 반증합니다. 시급히 머리를 모아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나고 있습니다. 기존에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관습과 문법을 모두 버리고 오직 생존을 위한 콘텐츠 투쟁의 장을 펼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기획제작국 및 교양국 출신 간부로서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한창록 편성마케팅국장, 윤태호 1TV사업
국장, 조성만1TV제작투자 담당, 정재학 TV프로덕션1 담당은 즉각 사퇴하라

2. 남아있으면서 어정쩡하게 복무하는 간부들을 더 이
상 지켜보지 않겠다

두 가지 요구를 전제로 이 시간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길환영, 조대현에서 조인석으로 이어지는 굴종의
DNA를 우리는 거부한다

2. 사장의 퇴진요구와 함께 피디사회 내부의 적폐를 청
산하고 원점에서부터 새로운 시작을 요구한다

3. 이를 위해 기제·교양국의 끝짱 토론 개최를 요구한다

위 세 가지는 기본적인 요구에 불과하며
제대로 된 KBS를 세우는데 우리는 주저 없이 나설 것임을 다시금 천명한다.


덧붙여 조직의 관성을 깨고 서릿발 같은 외침을 들고 나온 10년차 미만 후배들에게 답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절대로 후배들이 고립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당신들 옆자리에 서겠습니다.

2017.11.24.

KBS 기획제작국·교양국 30기 PD
강남경 김민희 김승욱 김영숙 남진현 류종훈 박정훈 백승철 이기연 이은형 이지운 정경아 정범수 전수영 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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