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법적 대응 전에 보도부터 제대로 하라!
‘위키리크스’ 법적 대응 전에 보도부터 제대로 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9.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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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법적 대응 전에 보도부터 제대로 하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미대사관 외교전문들 가운데 고대영 보도본부장, 민경욱 9시 뉴스 앵커 관련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회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두 사람 모두 ‘대선정보’ 또는 ‘취재정보’를 유출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취재활동 혹은 만남 속에서 통상적인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 ‘정보유출’, 미국의 ‘정보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이번에도 예의 똑같은 방식의 협박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해당 언론사들이 고의로 왜곡된 보도를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회사가 그럴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과 지난 9월 2일에 걸쳐 위키리크스가 25만여 건의 미 외교 문서를 추가로 공개하였고,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김용진 기자가 홀로 2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주한 미대사관이 작성해 본국에 보고한 외교전문만 하더라도 1,98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KBS가 9시 뉴스에서 이를 보도한 것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하다. KBS가 보도한 것은 오직 단 한 건 뿐, 그것도 베이징발 미 외교전문을 인용한 북한 관련 보도가 유일하다.

반면 KBS가 이렇게 침묵하는 사이 다른 매체들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미대사관 외교 문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BBK 관련해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측에서 미 대사관에게 직접 김경준 송환을 늦춰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 ‘취임 직후 첫 한미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쇠고기 시장 개방을 미국이 요구했으며 MB정부가 정상회담 전 개방을 약속했다는 내용’, ‘2008년 당시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계획을 미국 대사에 미리 알려줬다는 것’,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과 달리 쌀개방 추가협상을 미국에 약속했다는 내용’ 등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하나만으로도 현 정부의 부도덕성과 거짓말이 만천하에 폭로되는 핵폭탄과 같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교전문 내용은 KBS에서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지난해 위키리크스가 처음 미국 비밀문서들을 폭로했을 당시 서버가 있는 스웨덴까지 특파원을 파견하고 ‘이슈앤뉴스’로 다루며 호들갑을 떨었던 KBS가 1년 만에 입장이 싹 바뀐 것이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1년 전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에는 현 MB정부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 추가 공개 문건에는 엄청난 양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권력’에 굴종하는 현 KBS 보도본부 수뇌부의 ‘관영방송 습성’ 때문에 위키리크스 보도가 제대로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 관련 TF를 만들자는 제안이 진척을 전혀 보지 못한 채 보도국을 떠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부에서 위키리크스 보도를 입막음하고 있는 KBS가 이젠 다른 언론사의 위키리크스 보도마저 문제 삼으며 입막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 보도는 등한시한채 자신들의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게 언론사 그것도 뉴스 책임자라는 사람이 해야 할 짓인가? 창피하고 우려스럽고 서글프다. KBS가 공영방송사이고 자신 스스로를 기자라고 생각한다면 제발 기본이라도 지키자!

2011년 9월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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