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망친 당신, 떠나라!
열심히 망친 당신, 떠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2.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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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조합원성명

열심히 망친 당신, 떠나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님의 시 낙화(落花)의 첫 구절이다. 우리는 총체적으로 KBS를 망치고 있는 김인규사장에게 유종의 미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김사장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자 오늘의 당신을 있게 한 후배들의 소중한 직장인 KBS를 더 이상 망치지 말고 떠나달라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바람이다.

 

5공 시절, 광주의 무고한 국민들을 학살하고 정권을 차지한 전두환을 찬양한 댓가로 KBS에서 승승장구 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MB언론특보로 부역한 김인규사장에게 우리는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전임 이병순사장이 재정적으로 쥐어짜고, 제작의 자율성이 심하게 훼손된 뒤라 나름 호방하다는 당신의 그 성격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고, 이병순사장이 망쳐놓은 인사라도 당신의 취임연설에서 주장한대로 ‘탕평인사’를 시행하여 KBS조직원들의 찢어지고 갈라진 마음을 쓰다듬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기대가 너무 순진한 것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신은 오자마자 임원들의 관용차량을 최고급 차종으로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출근동선에 따라 본관1층과 6층을 고급호텔 로비처럼 꾸미는 공사를 시작했다. 게다가 사장실에 배치한 일본제 안마의자에 고급소파, 고급카페트, 최고급 휘트니스센터 회원권에 이르면 이를 지적하는 우리의 입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수신료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한대라도 자원발굴을 더 하기 위해 건물 구석 구석을 누비는 노력과 광고업무에 종사하는직원들이 광고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늦은 밤과 새벽을 마다하지 않고 판촉하는 분투를 당신이 알기나 하는가? 회사재정을 살찌우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봉사하도록 해야 할 피 같은 돈을 당신은 제 돈처럼 펑펑 써댔다. 당신과 더불어 KBS를 망쳐 놓은 주범인 이병순사장조차도 그렇게 하진 않았다. 그는 적어도 남의 돈 귀한 줄은 알았다.

 

방송은 어떠한가?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시 뉴스보도나 시사프로그램에서 균형 잡힌 냉정한 시각, 민족공동체의 파멸인 전쟁을 막고자 노력한 적이 있었는가? 안보상업주의의 화신인 조중동의 논리를 답습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신이 입만 떼면 공영방송의 지표로 삼는 BBC가 1982년 영국이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클랜드전쟁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대처수상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 저력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인사에 이르면 거의 할 말이 없다. 탕평인사는 고사하고, 무소신 해바라기성 간부들과 10,11,12대 KBS노조 전임 출신 간부들이 판을 치고 있다. 회사전반에 걸쳐 KBS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진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 게시판을 오염시키고, 높은 사람에게 아부, 아첨을 잘하거나 과거 노조 전임으로 활동해야 간부가 될 수 있다는 냉소주의가 만연하게 만들었다.

 

전임 이병순사장이 프로그램 제작비를 쥐어짜서 702억원까지 줄여놓았던 단기차입금은 2011년말 현재 1,897억원에 이르고, MBC와 SBS가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는 2011년 KBS의 당기순이익은 48억원 정도로 초라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경영성적이다. 때늦은 징계폭탄과 막장인사는 더 이상 거론하기도 싫다. 부디 바라건대 후배들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다녀야 할 소중한 직장인 공영방송 KBS를 더 이상 망치지 말고 떠나라!

 

 

2012. 2. 22.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경영구역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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