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KBS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5.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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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난달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파업 중인 언론노조 지·본부는 총파업을 중간 점

검하며 목표를 세 가지로 정립했습니다.

첫째, 낙하산 사장을 퇴출하고 해고, 징계 언론인을 원상회복하고 명예회복하며

둘째, 19대 국회에서 MB정권의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실시하고

셋째, 공영언론의 이사와 사장선임 방식 개선 등 언론독립을 보장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결국 언론장악으로 만신창이가 된 공영언론사들이 어떻게 독립성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KBS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도개선 자체가 독립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 KBS, MBC 등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 즉 이사진과 사장 선임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공영방송사의 사장 선임에 대통령의 권한이 과도하게 미쳐 매

번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여야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제어하자

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회의 여야 동수 구성, 이사진 2/3가 동의해야 의결이 되

는 ‘특별다수제’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먼저 제도개선에 관해 논의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금 언론장악의 원인

이 제도나 법 때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영방송의 이사나 사장 선임만 놓고 봅시다.

BBC의 경우에는 이사회에 해당하는 ‘BBC 트러스트’의 위원들은 선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임되는데, 그 의장을 문화부장관이 맡습니다. 제도 자체만 놓고 본다면 BBC의 지배구조가 KBS보다 더 민주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일부 언론탄압국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BBC 등 서유럽 공영방송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언론탄압국가라도 법조문 자체는 서구의 그것을 참고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한 현상이죠.

BBC가 독립성을 지켜나가는 것은 기발한 제도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보수당이 집

권을 하던, 노동당이 집권을 하던 권력이 BBC를 장악해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사회

적 합의가 형성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의 의석수에 따라 방통위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배분

하고, 역시 국민이 민의로 뽑은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가지는 방식 자체는 형식적으로

볼 때 문제는 없습니다. 1999년 방송법 파업 이후 방송위(방통위) 위원, 공영방송 이사,

사장 선임구조의 개선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해법을 찾지 못한 이유

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KBS의 지배구조가 최선이고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여야 이사 7:4 구조로는 일방적으로 여당의 의견이 관철될 수 밖에 없고, 사장

역시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인위적으로라

도 이런 독식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사장선임은 이사들의 2/3 이상 동의가 필요

한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위험부담은 있습니다. 여야가 모두 동의해야 하니 자칫하면 무색무취한 사람만이 KBS의 사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권여당에 의한 언론장악의 폐해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지배구조개선은 의미가 있습니다.

전면적 법제정 투쟁이 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8월에는 KBS 이사회가 새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

배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실제 입법화는 대선 이후로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입법투쟁은 보다 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현재의 통합방송법 체제를 탈피해 KBS의 독립성

을 보장할 수 있는 가칭 ‘공영방송법’ 제정으로 가야 합니다.

1999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방송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무

엇보다 지난 4년동안 끔찍한 언론장악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민영방송과 동일한 규제에

서 운영되는 현재의 방송법에서 공영방송은 분리시켜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장의 경우 집행기관의 장으로서 경영에 집중하고 편성에 대한 권한은 하부로 분산해야 합니다. 보도, 시사 등 부문의 국장 선임에 현업자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제작자율성, 공정성을 침해한 사측간부들에 대한 제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재의 공정방송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법제화 투쟁에 관해서는 향후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KBS의 독립을 구현할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것들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당면한

언론장악상황과 부단히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의지와 개혁이 없으면 그동안

확보해온 독립성은 순식간에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명백히 겪었기 때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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