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로 복귀하며
일터로 복귀하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6.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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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교양 청년 프로듀서 선언

일터로 복귀하며 - 다큐/교양 청년 프로듀서 선언

 

 

 

 

 

돌아왔습니다. 찬바람의 끝자락을 잡고 거리로 나선지 95일. 어느새 이글거리는 거리만큼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어깨 걸고 연대했던 타사 동지들의 함성은 아직 아련하고 공정방송 네 글자를 써주던 어느 시청자의 간절함이 두눈에 선합니다. 왜 이제 왔냐는 원망과 질타. 돌아갈 만큼 떳떳하고 자랑스러운가에 대한 자책과 두려움. 차마 떨어지는 않는 무거운 발걸음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을 온전히 6월의 거리에, 그 광장에 또 우리의 가슴에 절절히 파묻고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돌이켜봅니다. 군홧발에 KBS가 밟히고 찢기었던 야만을 보았고. 낙하산은 과학이 아니라는 악취 가득한 말을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특보가 사장이라며 썩은 연설을 토해냈고 파업투쟁의 구호가 꺾인 자리에서 위원장은 특보와 시시덕거리며 떡을 썰었습니다. 정확히 그 야만의 시간만큼 현장은 무참히 무너져 내렸고 권력에 살랑거리며 다가간 거리만큼 시청자와는 멀어졌습니다.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가진 것도 기약도 없이 새노조 깃발을 들어 올렸고 어떻게든 지켜보겠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마침내 KBS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다함께 외쳤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견뎌냈습니다. 그 쓰리고 아렸던 기억을 온전히 일터에 새기며 지난날을 다시 돌이켜 봅니다.

 

잊지 않습니다. 권력에 빌붙어 일터를 폐허로 만든 당신들. 노동의 가치를 팔아 완장을 찬 당신들. 직종을 가르고 세대를 나누며 분열을 꾀하던 당신들. 우리들을 특정 정파라 쑥덕거리며 여의도 정치를 흉내내던 당신들. 결국 그들이 잘나간다며 끝끝내 우리를 외면하던 당신들. 특보사장에 빌붙은 그 모든 노동 귀족들. 무엇보다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한줌 노리개쯤으로 여겨 영혼을 팔고 권력 그 자체를 누린 당신들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하여 우리는 지난 95일의 결기와 새노조 깃발을 들어올렸던 지난 3년의 분노. 권력 앞에 무릎꿇고 시청자를 외면해야 했던 더 많은 굴종의 시간을 딛고 당신들에게 선언합니다.

 

 

하나. 관제 혹은 오더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일체의 부당한 지시라 판단되면 설령 방송에 차질을 빚는 한이 있어도 청년 프로듀서들의 총의를 모아 합심하여 거부하겠습니다.

 

 

하나. 일방적 출연자 교체 혹은 포맷 변경 등 제작 현업의 중심을 무너뜨리거나 무시하는 일체의 부당한 행위 역시 거부함은 물론 지시한 이름 석자를 기록, 공유하겠습니다.

 

 

하나. 무력감속에 거세되었던 시사 현안에 대한 발언의 최선두에 서겠습니다. 특정 정파를 배격하며 오로지 보편적 가치와 약자에 대한 이해를 향해 항상 현장에 있겠습니다.

 

 

하나. 너무도 자랑스러운 95일 언론항쟁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의연히 맞서며 새노조 이름 아래 하나 되었던 기억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미 함께 가면 길이 됨을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공허한 말과 부질없는 글로써 공정방송을 다투지 않겠습니다. 우리 청년 프로듀서들은 시퍼렇게 날선 결의를 모아 일터를. 언론을. 방송 노동자와 주인된 시청자의 권리를. 무엇보다 공정방송 네 글자를 지킬 것입니다. 언제든 몸으로 행동으로 공정방송 사수의 힘찬 싸움판을 웃으며 기꺼이 맞아들일 것입니다.

 

 

 

2012년 언론항쟁에 마침표를 찍던 어느날

 

 

29기 강윤기 기훈석 김영민 오은일 염지선 이현정 전인태 정효영 허양재

30기 강남경 강민희 김광수 김대현 김무성 김민희 김승욱 김영숙 김한솔 박정훈

백승철 양자영 양천호 유종훈 이기연 이동은 이은형 이준화 이지운 이형일

전수영 정경아 정범수 정희선 조민지 조지호 최수영 최형준

31기 강지원 김명숙 김문식 김웅식 김자영 김효진 박소율 맹남주 손광우 신주호 심하원

염정원 오준석 우현경 이송은 이승현 이은미 이지윤 이지희 이휘현 장소랑

정현진 함혜영 황국찬 황혜지

32기 김미해 유재우 지우진

33기 김영우 김윤정 김태두 박지은 윤민아 조영중 진정회

34기 김근해 김범수 안상미 안지민 유혜진 이명희 이윤정 정연희 현재성

35기 심정애 이호 임종윤

37기 김기화 김범섭 김민정 김아리 김지숙 김형석 우정화 유경현 유희진 이승철

이지희 전진 정다원 최진영 하동현 홍혜림

38기 길다영 김가람 김은곤 문지혜 박병길 박상욱 상은지 이승문 이원식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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