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 전 감사에게 드리는 글
이길영 전 감사에게 드리는 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9.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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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영 전 감사에게 드리는 글)

이길영 전 감사께 :

당신도 살고 우리도 살아야 합니다

당신이 KBS로 다시 오던 날, 우리 눈엔 피눈물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公人입니다. 좁은 의미로든 넓은 의미로든 당신은 수십년 동안 한국사회에 公的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국가기간 공영방송 KBS에서 대구총국장, LA특파원, 보도국장, 보도부본부장, 보도본부장과 자회사 사장까지 지냈습니다. 공영방송보다는 덜 하긴 해도 그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광의의 공공 영역으로 분류되는 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의 사장도 지냈습니다. 또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출연하는 공공기관의 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공적인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공인에게 일반인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공적인 영향력이 큰만큼 그 힘에 의해 이 사회를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당신이 그 증거입니다. 당신이 공영방송 KBS의 보도 책임자로 있던 시절을 떠올려 봅시다. 보도국장 시절에는 전두환 정권의 이익을 위해 김만철 회견을 확대 보도했습니다. 노태우의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공영언론의 보도 책임자로서 문공부의 언론사찰관과 접촉하기도 합니다. 보도본부장 시절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직접 지시해 누락시키는가 하면, 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유리한 정체불명의 반공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가히 부역자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당신의 공적인 영향을 얼마나 악용했는지 기록으로 다 남아 있지요. 더 자세히 쓰다간 책을 한 권 만들어야 할 지경입니다.

심지어 공공기관인 한방산업진흥원장 시절에는 친구 아들의 부정채용을 지시하기까지 했습니다. KBS에서 안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 KBS 최고 의사결정 기관의 수장이 된다면 상상만 해도 캄캄합니다. 고향 따지고 인연(?)을 중시하는 당신이 여러 가지 관계에서 그 어떤 누구보다도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최고 비리 사건이라는 안전관리실 감사 결과만 뒤집은 걸 봐도 당신의 영향력은 이미 입증됐습니다. 그 감사 결과로 파면으로도 모자란 사람이 솜방망이 징계 받고 승승장구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또한 공인으로서 자신의 이력과 경력이 뭐 하나 선명한 것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상고 학적 논란만해도 당신은 무관하다며 비겁한 모습으로만 일관합니다. 공인이면 공인답게 본인이 바로 잡아야 했습니다. 그러면 억울할 일도 없겠지요. 자신이 유리할 것 같을 때는 나몰라라하다가 일이 터지니 모른다고 딱 잡아뗍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그 혼란한 이력들을 시정할 수많은 세월 앞에서 당신은 침묵했고 결과적으로 의혹을 더 키웠습니다.

한방산업진흥원장 지원서로 거짓말이 드러났으니 약속대로 떠나십시오!

당신은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전 직원에게 대학 학력에 관해 공식적인 학적은 국민대가 관리하고 졸업증명서에 국민산업학교로만 기재합니다라면서 국민산업학교에 관해 단 한 번도 허위로 꾸며서 기재하거나 말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국민대가 관리만 할뿐 최종 대학 학력이 아니라 국민산업학교가 최종 학력임을 확인해준 것입니다. 국회 결산장에서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퇴보다 더한, 어떤 형사처벌이라도 받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한방산업진흥원장 공모 지원서가 공개됐습니다. 본인이 쓴 대학 학력에 ‘1971년 국민대 농경제학과 졸업이라고 돼 있습니다. ‘국민산업학교가 아닌 국민대가 대학학력으로 둔갑했고 문공부 자료의 농업경영과도 아닌 농업경제학과로 바뀌었습니다. 졸업장도 없는 국민대를 사칭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제 당신의 약속을 이행하시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말바꾸기를 하실 겁니까?

당신의 욕심은 어디까지입니까. 당신이 지난 200912월 공영방송 KBS의 감사가 되던 날 우리는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신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감사실 사상 최초의 항명 사태가 일어났고 KBS 사상 최악의 비리가 그냥 덮여져 갔습니다. 그런데 감사의 임기를 다 채우지도 않은 채 이제는 이사장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향해가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정을 저질렀던 한방산업진흥원장 시절에도 임기를 채우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그런 모습은 부정채용과 학력의혹 앞에서는 애교일 지도 모르죠.

당신은 항상 사람들에게 잘 합니다. 당신은 약자였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만큼 성공했다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약자라면 약자였겠죠. 상대방 강자가 1의 무리수를 두는 동안 당신은 약자라서 100이라는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석세스 스토리는 거기까지여야 합니다. KBS라는 공적 영역에서 굽히지 않는 자신의 의지를 테스트하지는 마십시오. 개인의 성취는 본인 만족으로만 끝내십시오. 공적인 영역으로 치환되는 순간 이미 수많은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까.

이길영 이사장 = 수신료 인상 포기’, KBS와 후배들을 위해 결단하십시오!

이제 김인규 시대도 저물어갑니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로 흥했다가 수신료로 망했습니다. 도청 사건 때문에 수신료 인상 못 한 겁니다. 김 사장 말마따나 9부 능선을 넘었다가 그 놈의 도청때문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도청 사건은 공영방송 KBSKBS人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겼습니다.

당신이 KBS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의 이 된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수신료 인상은 커녕 수신료 거부 운동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길영 이사장수신료 인상 포기와 동의어입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KBS는 아무리 비리를 저지르고 의혹이 많아도 감사도 하고 이사장까지 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실제로 방송법상 이사회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KBS 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두 이사회에서 합니다. 지금도 욕먹고 있는 KBS의 보도가 더 노골적으로 정권 편향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친구 아들의 채용을 직접 지시했던 당신이 더 한 일이라고 못하겠습니까. 무엇보다 당신이 KBS 이사장이 되는 순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수많은 리틀 이길영들이 되살아 날 것입니다.

공영방송 KBS를 손톱만큼이라도 사랑하신다면,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 눈곱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떠나십시오. 공영방송은 한 사회가 보듬고 지켜줘야 하는 제도입니다. 잘 가꿔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얘기죠. 이런 시스템이 한 개인에 의해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진심으로 바랍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십시오. 그게 당신도 살고 우리도 사는 길입니다.

201294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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