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사] 이길영씨의 이사장 선출 과정에 부쳐
[야당이사] 이길영씨의 이사장 선출 과정에 부쳐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9.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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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이길영씨의 이사장 선출 과정에 부쳐

- 부당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표결 처리에 대한 우리의 입장 -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탄식으로 끝났다.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KBS이사회의 이사장 선출을 위한 첫 회의는 9월4일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단 하루만에 이길영 후보에 대한 수많은 의혹에 대한 검증을 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수 이사들은 무엇인가에 쫓기듯이 회의 차수의 변경도 봉쇄하며 처음부터 거세게 밀어붙였다. 추후 이사회의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서라도 이사장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추대 방식으로 가자던 호소는 무시됐고, 9월5일 오전 12시45분께 표결 강행으로 이어졌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진행된 이사회 첫 회의는 산적해 있는 KBS 이사회의 향후 사안들에 대한 합리적 논의와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길영 이사장 후보의 자격을 둘러싼 세 가지 문제제기가 핵심을 이뤘다.

첫째,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이 후보가 과연 지켜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멀게는, 전두환 독재정권이 한창이던 1986년 이후 수년간에 걸쳐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서 이 후보는 이른바 ‘땡전뉴스’로 상징되는 보도 내용을 정리해 정보기관과 접촉해 보고하는 등 굴절된 편향보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당시로서는 ‘소신과 양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는 변함없는 가치관을 피력함으로써 KBS 독립성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했다. 그리고 가깝게는, 이 후보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까지 지냈으며, 이 문제를 ‘단지 이름을 빌려줬을 뿐이며 명예직으로 생각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인식을 보였다.

둘째, 이 후보의 이력에 대한 불투명성과 윤리적 불감증의 문제이다. 이 후보가 1965년 8월 들어가 1971년 2월 졸업했다고 설명하는 ‘국민산업학교’는 국민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1991년이 돼서야 대학원 진학을 위한 대학 학력이 인정되는 ‘각종학교’에 포함됐음에도, 그 이전에 작성된 공무원 인사카드를 비롯해 그의 인사 관련 정보에는 일관되게 ‘국민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것처럼 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애초 들어갈 당시부터 국민산업학교는 대학 학력이 인정되는 것으로 알았고, 그래서 국민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왔다고 공무원 인사카드에 스스로 적었으며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것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학력을 허위 변조했다는 의혹을 떨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추후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이 사실이 허위기재 또는 변조로 확인되면 국회에서 공언한 바에 따라 ‘이사 사퇴와 형사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셋째, 이 후보에 대한 KBS 내부 구성원들의 거부감과 국회를 비롯한 KBS 외부의 차가운 시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이 후보가 이사장이 되는 것에 대해 현재 KBS의 노동조합 두 곳은 물론 기자협회, 프로듀서협회, 기술인협회 등 9개 직능단체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끊임없이 이후보의 학력 변조 및 도덕성 의혹을 제기하는 등 사회적 의혹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이날 이사회 회의 초반에는 언로노조 KBS본부에서 의견 표시의 기회를 달라는 공식적인 요청이 있었으나 다수에 의해 묵살되기도 했다.

이런 의혹과 의구심을 털어내고 KBS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봤다. 이 후보의 믿어달라는 식의 ‘해명’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밝히고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털기 위해 이사회 스스로가 최소한의 자체 노력을 기울여서 국민적 눈높이에서 이해를 구하는 게 맞다고 봤다.

KBS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학력 변조 의혹에 대해 이사회가 직접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나머지 7명의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8시간 이상 논의했으니 충분하다고 했다. 이 후보 스스로도 자신의 불투명한 학력 변조 의혹에 대해 하루 이틀 내 추가로 소명하겠다고 했음에도,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오늘 밤 12시가 넘기 전에 표결 처리해야 한다’고 밀어 붙였다.

그렇게 이날 이사회는 이 후보를 이사장으로 만들기 위한 부당한 일방적 표결이 강행되었고, 우리는 표결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보다는 자괴감이 드는 게 우리의 심정이다.

 

2012년 9월5일

KBS 이사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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