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여당의 ‘방송장악’ 속내 드러낸 KBS 이사장 선임
[한겨레]여당의 ‘방송장악’ 속내 드러낸 KBS 이사장 선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9.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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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의 ‘방송장악’ 속내 드러낸 KBS 이사장 선임


등록 : 2012.09.05 19:09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어제 새벽 1시에 신임 이사장으로 이길영 전 한국방송 감사를 선임했다. 학력 조작과 군사독재 옹호 등 그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회의장을 퇴장했으나, 여당 이사 7명이 표결을 강행했다고 한다. 여권이 한밤중에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날치기’를 밀어붙인 것이나 다름없다.

선임 절차의 비민주성은 차치하더라도, 이 이사장의 선임은 한마디로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그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한국방송 이사장은커녕 어떤 공직조차 맡아선 안 될 정도로 결격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이력서 등에 국민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혀왔으나 사실은 정규대학이 아닌 ‘국민산업학교’를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의 ㄷ고를 졸업했는데도 대구상고를 나온 것처럼 행세하며 총동창회 부회장까지 지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구·경북한방진흥원장 시절에는 친구 아들을 부정 채용한 사실이 적발돼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런 도덕적 하자보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그의 이력이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에 한국방송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권력의 입맛에 충실한 ‘땡전뉴스’ ‘땡노뉴스’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 및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한 인물이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12월 대선에서 한국방송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는 애당초 그른 일이다.
염치와 상식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이 이사장의 선임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권의 사실상 대주주인 박 후보가 용인하지 않는 상태에서 여당 이사들이 무리수를 동원해 이사장 선임을 강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이 이사장의 선임은 여당이 공영방송을 계속 틀어쥐어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사표시나 마찬가지다. 여당의 이런 구상은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김재우씨를 연임시키고, 국민에게 약속한 19대 국회 언론청문회를 뭉개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한국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이 이사장은 즉각 물러나야 마땅하다. 한국방송 새노조한테서 이 이사장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받은 감사원은 하루빨리 감사를 벌여 그의 자격을 판정해야 한다. 아울러 여당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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