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정권홍보의 수단인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정권홍보의 수단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10.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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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정권홍보의 수단인가?

협찬처에 대한 홍보가 그 도를 넘어섰다.

매주 수요일 방송되는 <스카우트>는 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프로그램을 협찬한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10/3) 방송에 이명박 대통령이 출연했다. 이날의 대상기업은 포스코였다.

대통령의 출연이 무조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출연은 나름의 개연성이 충분해야 한다.

담당부서에서는 두달 전 협찬처인 중기청에서 대통령 출연에 대한 요청이 있었고 이를 자체 검토한 결과 프로그램 취지에 문제없다고 판단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성화고에 대해 임기 중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도 주요한 고려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아무리 살펴봐도 이명박 대통령이 왜 출연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늘이 개천철이고 (포스코가) 세계 1위의 기업”이어서 특별한 분을 모신다는 MC의 도입멘트는 이해를 돕기는커녕 혼란과 어색함만을 가중시켰다.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특별한 발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일반 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로 이미지 홍보 효과가 있다. 따라서 그 출연에 특히 더 신중함을 기해야한다. 프로그램 담당자가 이런 부분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2년 전인 2010년 추석에도 아침마당에 출연해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사측은 교양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치적 현안을 언급하지 않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둘러댔다.

비슷한 상황이 지난 주 목요일 방송된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반복되었다. <한국인의 밥상>은 9월 27일과 10월 4일에 걸쳐 ‘한식’을 주제로 추석특집 2부작을 방송했다.

‘한식’을 주제로 한 이번 추석 특집은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한식재단’의 협찬금 4천 5백만 원을 받아 제작됐다. ‘한식 재단’이 어떤 곳인가? 2009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한식세계화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만들어진 곳이지만 실질적 주도자는 영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에 이른바 ‘영부인 식당’으로 알려진 최고급 한식당을 열겠다며 50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지만 신청자가 없어 사업이 중단되자 이를 편법적으로 불필요한 연구용역과 한식 사이트 개편에 사용한 바 있다.

지금까지 무려 769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음에도 거의 성과가 없는 대표적 부실 사업이다. 이런 사실들을 처음 공개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국민의 혈세 수백억 원만 낭비한 채 졸속행정·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한식세계화사업’은 원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까지 말했다. 이런 곳에서 제작비를 받는 것이 정당한가? 공정한가?

결국 KBS가 방송을 통해 정부 사업에 대한 비판을 ‘물 타기’하고 부실 사업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준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과 내레이션은 탤런트 최불암씨가 맡고 있었다. 그런데 추석 특집 1부가 방송된 다음날인 9월 28일 새누리당은 “최불암씨를 새누리당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위원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영방송 KBS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사가 ‘공식적으로’ 대선 캠프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0월 3일 오전에 9월 27일 방송을 그대로 재방송했으며, 10월 4일 방송에서도 여전히 최불암씨에게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겼다. KBS <한국인의 밥상>이 여당 대선 캠프 인사의 홍보 무대인가? 사측은 이러고도 ‘대선 공정 방송’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측에 요구한다. 대선 기간 동안 여야의 캠프 관련 인사들에 대한 명확한 출연 기준을 마련하라. 또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제작비 협찬에 대한 보다 엄격한 윤리 기준을 확립하라.

그리고 당장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를 교체하라. 최소한 대선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교체하는 것이 순리다.

더 이상 KBS에 ‘불공정’과 ‘편파’의 오명을 씌우지 마라. KBS는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12. 10. 8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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