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부장직을 제안 받으셨을 때
처음 본부장직을 제안 받으셨을 때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10.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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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부장직을 제안 받으셨을 때

전용길 선배님, 처음 본부장직을 제안 받고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본부장직을 맡겠다고 결심하시면서는 무엇을 꿈꾸고 기대하셨습니까?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애초에 계획했던 것 중 무엇을 이루셨습니까? 혹은 무엇을 얻으셨습니까?

김인규 사장 밑에서 본부장을 맡는다는 것. 후배들은 그 결정을 일종의 선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대부분의 전임 본부장들이 조직과 후배를 팔아 일신의 영달을 꽤했기 때문입니다.

하여 처음부터 선배님께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때는 사람 좋은 선배였으니 너무 망가지지 않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PD사회는 선배님께 물러나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말씀하신 ‘과반에서 한 표라도 더 나온’ 정도가 아닙니다. 후배 직원 10명 중 8명이 나가달라 말하고 있습니다.

‘부사장이 내세운 허수아비 본부장이다’, ‘본관 6층만 다녀오면 말이 바뀐다’, ‘실세 국장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 ‘예전엔 안 그랬는데 본부장이 되더니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 ‘너무 경박하고 격 떨어지는 행동 때문에 내가 다 창피하다’. 가슴 아프지만 이것이 선배님에 대한 후배 PD들의 평가입니다.

혹 느껴지십니까? 이것은 분노의 감정도 담겨있지만 냉소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더욱 비극적입니다. 왜 PD사회 최고 책임자가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까? 선배를 존경할 줄 모르는 건방진 후배들의 탓입니까? 본부장님 당신께서는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으십니까?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른 가벼운 말들, 파업하는 막내들에게 전화를 걸어 쏟아내신 표현들, 실세라 불리는 한 국장을 비판하는 글에 직접 다신 댓글, 끝내 휴지조각이 된 시사프로그램 신설 약속... 후배들이 느끼기에 본부장님의 말씀과 행동은 그야말로 바람과 같습니다. 둥실둥실 떠다니기만 할 뿐 아무런 무게가 없습니다. 신뢰는 사라졌고 냉소만 남았습니다. 그 냉소 위에 조롱까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우스워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을지언정 조롱의 대상으로 남지는 않았겠지요.

‘나도 PD다’, ‘본부장이 아니라 PD 선배로서 나를 믿어달라’.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입니다. 맞습니다. 후배들도 바로 그것을 원합니다. PD로 남아주십시오. 그리고 선배로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김인규 사장 시절에 본부장 자리를 꿰찼던 그저 그런 권력지향적 인물이 아니라 <추적60분>의 MC였고 매향리를 세상에 알린 PD로, 자랑스런 선배로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깨끗하게 물러나시면 됩니다.

다시 돌아가 묻겠습니다. 전용길 선배님, 처음 본부장직을 제안 받고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본부장직을 맡겠다고 결심하시면서 무엇을 꿈꾸고 기대하셨습니까?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선배님께 본부장이란 알량한 타이틀 말고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그 알량한 자리가 정말 ‘PD 선배’라는 말의 무게감보다 중한 것입니까? 고민해 주십시오. 후배들은 이미 답을 드렸습니다.

2012.10.11.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콘텐츠본부 중앙위원 일동

(강성훈, 이은미, 권계홍, 문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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